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소기업 자금난 우려되는 통화긴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내년 1ㆍ4분기 총액한도대출을 9조6,000억원에서 8조원으로 크게 줄였다. 지난 번 금통위에서 지급준비율을 올린 데 이어 시중유동성을 더욱 옥죄겠다는 의도다. 총액한도대출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중금리보다 싼 이율로 은행에 빌려주는 돈이다. 한도축소는 그만큼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한도대출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대기업을 수혜대상에서 제외하고 지원실효성이 낮은 자금을 정비했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자금지원규모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별로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대출규모 자체가 크게 줄어 들음으로써 중소기업들로서는 당장 돈 구하는 것 자체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금융감독당국이 강도 높은 대출규제에 이어 은행들까지 금리를 잇따라 인상함으로써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돈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고 이자부담까지 늘어 이만저만 고통이 아니다. 집값을 잡기 위한 무리한 유동성축소조치로 건전한 중소기업까지 피해를 입어서는 곤란하다. 그렇잖아도 중소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계속되는 원화가치상승과 내수부진, 만성적인 인력난 등으로 수출을 포기하는 중소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달 전국 부도업체수가 전월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것은 이 같은 경영여건악화와 대출창구축소로 자금난이 가중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금통위는 지난 2002년에도 부동산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총액한도대출을 11조6,000억원에서 2조원 줄였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부동산시장은 미쳤다고 할 정도로 진정되지 않고 있다. 경기는 그 때에 비해 더욱 가라앉아 있다. 비정상적으로 뛰는 집값은 반드시 잡아야 하지만 정책이 너무 편향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일방적인 정책은 나중에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경제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집값을 잡는다는 명분에 치우쳐 중소기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경기까지 망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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