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당한 압력,무력한 정부(사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생트집이 사리에 맞지 않거니와 그들의 압력에 맥없이 무너진 정부의 무력이 한심스럽다.나라 경제를 걱정하여 과소비 추방운동을 벌이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정부가 수입품배격운동을 자제할 것을 선언하자 시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과 EU의 내정간섭적 행태에 자존심을 상한 것도 뼈아픈데 정부의 어이없는 굴복에 배신감을 갖게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과 EU는 한국을 너무 만만히 보고 터무니 없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소비절약 운동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자구운동이다. 자발적 자구운동을 무역장벽이라고 압력을 가하는 행위는 강대국 논리의 억지다. 시민운동까지 시비를 걸어도 된다는 규범은 어디에도 없다. 정부가 나서서 못하는 일을 소비자들이 스스로 나선 것 뿐이다. 한국은 과소비 때문에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무역적자·경상수지적자폭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들어 벌써 무역적자가 80억달러를 넘어섰다. 그것도 거의 미국시장에서 발생한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의 5%를 넘었다. 올해도 더 했으면 더했지 개선될 것 같지 않다. 사실상 세계 최대 적자국이 됐다. 이같은 위기를 자각하고 국민들이 허리띠를 스스로 졸라매겠다고 나서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이런 세계 최대 적자국에 대고 적자를 더 감수하고 희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당당하지 못하고 또 봉 노릇을 허용했다. 정부가 감당하지 못하는 일을 소비자들이 하겠다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었다. 물론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국제 규범은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민간운동까지 규범하지는 않는다. 정부가 민간의 근검절약을 배후에서 조종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없는건 아니다. 하지만 「수입품 배격 자제 선언」이 바로 그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또 오해를 부르기 십상이다. 얼마전까지 민간운동이라고 주장하던 자세를 뒤집은 것이다. 특히 또한번 말랑말랑한 정부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적자대국이고 소비자운동이라는 것을 설득하고 이해시키지 못한채 압력에 굴복했다. 문민정부의 무능력이 아니면 직무태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들도 물러설 수 없다. 강대국 트집이 거세고 정부가 무력할수록 소비자의 힘이 강해져야 한다. 소비절약운동 바람을 더 세차게 일으켜야 할때다. 그것이 경제 살리기의 바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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