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진 찍지 마세요. 작년 가을보다 4㎏나쪘어요."
살이 쪄서 사진이 잘 안 받을 거라며 투정부리는 여고생. 사진기를 들이대자 이내 손으로 V자를 그려보이며 활짝 웃고서는 사진이 잘 나왔는지 확인한다.
여느 여고생들과 다름없는 이 여고생이 스포츠 스타를 넘어 대중문화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인라인 요정' 궉채이(18.경기 동안고).
그는 지난해 8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주니어부문에서 2관왕에 오르며 스포츠 스타로, 그리고 대중문화 스타로 발돋움했다.
처음에 궉채이를 대중의 스타로 발돋움시킨 것은 인터넷의 힘이었다. 네티즌은 생활체육의 인라인이 아니라 엘리트 종목의 선수로서 활약하고 있는궉채이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궉채이의 예쁘장한 외모와 특이한 성씨도 인기몰이를 부추겼다. 그리곤 언론과 방송은 궉채이를 인터뷰하고 출연시키기에 바빴다.
정희준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는 "궉채이는 스포츠 스타를 넘어선 대중문화 스타로 봐야 한다. 궉채이의 성적도 중요했지만 인터넷을 기반으로 궉채이의 이미지가큰 기여를 했다. 그리고 새롭게 부상하는 이색스포츠의 선도적인 인물이 됐다"고 말한다.
궉채이가 갑자기 부상하자 궉채이를 지도하고 있는 박성일(37) 국가대표 코치는더욱 바빠졌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말고 궉채이에 대한 인터뷰와 방송 스케줄을 염두에 두어야하기 때문이다.
궉채이는 운동과 외부 활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는 생각이지만 일정한 제한을 두고 싶어한다.
"오락 프로그램 등에서도 출연 요청이 들어오는 데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어요. 어디까지나 운동선수이고 훈련 때문이라도 출연할 시간도 부족해요." 그러면서도 스포츠 관련 인터뷰 요청이나 출연, 일반인을 상대로 한 인라인 강좌 등에는 적극적이다.
"인라인이 좀 더 대중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고, 이에 일조했으면 해요."
벌써 7년째 엄마 품에서 떨어져 나와 자취생활을 하며 운동하고 있는 궉채이. 힘들게 운동을 해서 그런지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박성일 코치는 궉채이의 이런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감수성이 예민할 나이라 광고, 방송 출연 등에 흔들릴 수 있어요. 가급적이면훈련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는데 본인도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훈련해요." 그래서 궉채이를 두고 인라인 관계자들은 '독하다'고 표현한다. 남에게 독한 것이 아니라 운동에 관해 자신에게 독하다.
지난해 9월 전국체전에서 인라인 마라톤 경기 도중 초반에 넘어지면서 부상을입었으나 끝까지 완주해 3위에 입상하는 투혼을 보였다. 간단한 부상이 아니었다. 그 후 한 달을 병원에서 보냈다.
"그때는 넘어졌을 때는 아팠지만 경기를 하면서 아프지 않았어요. 걱정을 많이했지만 경기도 대표로서 끝까지 달리고 싶었어요." 궉채이는 이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다. 주니어 무대와는 사뭇 다르다. 선수들의 체격도 크고 기술도 월등하다.
그러나 궉채이는 시니어 무대에도 자신감 보인다.
"시니어 무대에서도 잘 할 자신 있어요. 그만큼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고 나를믿어요." 궉채이는 아침 7시 요가를 시작으로 저녁 8시 트랙훈련으로 끝나는 강훈을 묵묵히 소화해내고 있다.
훈련이 좋아서 몰두하지만 학교에서 다른 여고생들처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게 아쉽단다.
"훈련하고 대회 출전하다 보면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어요. 그게 아쉬워요."
지금은 머릿속에 훈련 밖에 없지만 훗날 선수 생활을 그만두었을 때는 이곳저곳여행하고 싶단다.
"친구들은 대회 출전하느라 해외에 자주 나가는 것을 부러워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해외 나가서 훈련과 경기만 했지 한 번도 놀아본 적이 없어요. 나중에 여러 군데 여행 다니면서 마음껏 쉬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이광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