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선진국의 길 GQ에 있다] <9>'신토불이' 인재 관념부터 깨뜨리자

외국인 인재 영입 통해 국가매력도 높여야


외국인 인재 영입 통해 국가매력도 높여야 [선진국의 길 GQ에 있다] '신토불이' 인재 관념부터 깨뜨리자 이재철 기자 humming@sed.co.kr 관련기사 • '신토불이' 인재 관념부터 깨뜨리자 • 성공한 외국인 CEO의 공통점은? • '제2의 김호길' 앞으론 힘들 듯 지난 2004년 7월 노벨상 수상 경력을 가진 세계적인 석학이 국내 교육계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국내 최초의 국립대 외국인 총장’ ‘국내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대학 총장’ 등 화려한 수식어가 붙어다녔던 로버트 러플린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의 등장이었다. 당시 임기 4년의 총장직이 확정될 때까지만 해도 그는 KAIST호를 한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로 도약시킬 최고의 적임자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임기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한 2006년 러플린 총장은 불명예 퇴임이라는 수모를 겪게 된다. 외국인에 대한 조직 내 이질감과 언어장벽 문제를 러플린 전 총장이 극복하지 못하면서 조직은 물론 개인도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큰 상처만 입었다는 게 당시 러플린 전 총장을 지켜본 KAIST 핵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러플린 전 총장의 사례는 세계화의 거센 조류에도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순혈주의 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씁쓸한 풍경이었다. 이 같은 ‘텃새 문화’는 유능한 외국 인재 활용을 통한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다. ◇외국인 인재 ‘단명 사슬’부터 끊어라=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7월 말에 이미 1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7월(86만5,889명)보다 15%나 증가한 것으로 한국 사회가 다인종ㆍ다문화 사회로 급속하게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양질의 외국인 유입 여부다. 2000년대를 전후해 글로벌 경영을 지향하는 민간기업 차원에서 외국인 인재들을 기업 임원 등으로 속속 영입해왔지만 기업들의 화려한 홍보에 비해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삼성전자의 경우 임원 800여명 중 외국인 임원은 20명도 채 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는 임원 180여명 중 외국인이 전혀 없고 LG전자도 3명 수준이다. 포스코 역시 1명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사회에 진입한 외국인 인재들이 단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KT의 경우 2004년 해외사업 활성화 명목으로 에릭슨코리아 부사장을 지냈던 미국인 켄트 할러데이를 해외마케팅담당 상무보급 전문임원으로 채용했지만 1년의 계약기간 만료 후 재계약에 실패했다. 같은 해 한국에 진입한 러플린 전 총장의 초기 어려움이 켄트 할러데이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국양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는 “최근 외국인 미녀들이 TV에 나와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보면 조선말 외국사람을 원숭이 쳐다보듯 했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한국 사회는 여전히 외국인들에게 오픈소사이어티(열린사회)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국가 차원의 매력부터 높여라=전망도 어두운 실정이다. 한국 사회가 외국인 인재들에게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제공하는 거액의 몸값에 대한 저항감과 이중국적이 허용되지 않는 고강도의 국적법 규제 등을 볼 때 현재 한국은 외국인 유입에 필요한 매력을 갖춘 국가가 아니다”라는 게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의 진단이다. 우수 외국인 인력의 국내 진입은 구호로 해결되지 않는 만큼 정부가 이중국적과 영주권 규제 완화, 외국인 정주 인프라 구축 등 국가적 매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입촉진책을 시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정부 부문의 개방이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외국인 인재 영입은 정책의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국가의 매력을 높이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행정고시 출신 위주의 인사에서 벗어나 최근 차관보급인 금융감독원 고문으로 영입된 윌리엄 라이백 같은 혁신사례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외국인 공무원에게 자문역, 외국어 교육 강사 등 낮은 직급의 기회만 허용하는 현행 국가 공무원법부터 바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간 부문의 경우 국가적 한계를 탓할 게 아니라 이를 기업 내부의 역량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 인재들에게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전 이사장은 “김앤장이 국내 최고의 법률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1980년대 초반부터 외국인 변호사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김앤장이 충분한 보수 못지않게 점심식사까지 직접 챙기며 한식구로 대접한 조직문화가 큰 힘을 발휘했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7/09/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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