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슬람계 빈민자 소요가 13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9일 서울 한남동의 이슬람 성원은 평소와 다름 없는 평온함을 유지하면서도 프랑스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배어 있었다.
이날 이슬람 성원은 설교가 행해지는 합동예배일이 아닌 탓에 하루 다섯번 열리는 정기 예배에 20∼30명씩 참석해 10여분간 조용히 예배를 드리고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신도들은 프랑스에서 소요를 일으킨 이슬람 빈민가 청년들의 입장에 공감한다는반응을 보이면서 "한국사회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파키스탄인 알리씨는 "프랑스 소요사태는 이슬람 청년들을 `쓰레기'라고 칭한프랑스 장관 발언이 단적으로 보여주듯 빈민층 이민자들에 대한 무시와 편견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 산 적이 있다는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무하마드씨는 "프랑스는 알려진 것처럼 `똘레랑스'(관용)의 나라가 아니라 과거 식민지로부터 유입된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이 일상화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계 이민자를 포함한 하층민들은 교육 기회, 주거 환경, 일자리 등에서 불평등을 겪어왔고 이번 사태는 여기서 쌓인 불만이 곪아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하마드씨는 "경험에 비춰볼 때 한국은 프랑스보다 이민자에 대한 대우가 우호적"이라며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들로 인한 대형 사태가 벌어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인도 `이방인'에게 더 열린 마음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슬람 성원 앞에서 인도 음식점 `와즈완'을 운영하는 암메드씨는 "프랑스인이 믿는 기독교의 성모 마리아의 머릿수건과 이슬람 여성이 쓰는 히잡은 같은 형태인데도 프랑스인은 히잡을 금지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프랑스,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권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분노는 폭발하기 마련"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도 이주 노동자의 권리를 다시한번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예배에 참석한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선교국장 이주화씨는 "10만명에 달하는 한국이슬람 신도들은 미국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도 동요하지 않았다"며 프랑스가 선진국답게 사태를 평화롭게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