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IT 컨버전스 투자 서둘러야

최안용<전 한국통신 전무>

[시론] IT 컨버전스 투자 서둘러야 최안용 정보기술(IT) 전반에 컨버전스(융합)바람이 일면서 정보통신 서비스사업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IT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사업자의 적극적인 컨버전스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투자가 지나치게 미진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컨버전스 투자는 IT산업의 메가트렌드(Megatrend)인 유ㆍ무선 통합, 통신ㆍ방송 융합, 통신ㆍ비통신 비즈니스의 통합 추세에 실질적으로 부응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나아가 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서비스산업에는 의미 있는 투자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텔레콤ㆍKTFㆍLG텔레콤 등 이동전화사업자들은 2세대ㆍ2.5세대 투자에만 집중했다. 통신사업의 맏형으로 불리는 KT의 경우 지난 2000년 3조5,000억원 규모이던 투자비가 2004년에는 2조원 정도로 축소됐다. 서비스 측면에서 들여다보면 투자축소 상황이 더욱 명확해진다. 2000년 사업자를 선정한 WCDMA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실질적 투자가 축소된 채 사업 자체의 진행마저 불투명한 실정이다. 2000년 초부터 중요성이 부각된 홈네트워크사업의 경우 서비스사업자의 실질적 투자는 찾아보기 어렵고 건설업체 중심의 단편적 투자만 이뤄지는 형편이다. IT839의 핵심이 될 브로드밴드사업의 FTTH는 KT가 이제서야 비로소 투자방침을 발표한 단계이다. 그동안 방식과 표준 문제 등으로 이견대립이 극력했던 WiBro, DMB, 디지털 TV 등은 겨우 논란을 마감하고 투자에 착수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서비스사업자의 지지부진한 투자에 따른 악영향은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우선 서비스사업자 자신이 멍들고 있다. 성장정체 또는 마이너스 성장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 동안 진행된 투자기피 현상은 적어도 앞으로 3년간 추가적 매출 원천을 획득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과당경쟁과 시장 축소에 따른 매출감소마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기제조업체의 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 서비스사업자의 투자 소홀은 신규 서비스 도입을 어렵게 만든다. 국내 서비스의 활성화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국내업체가 생산한 기기의 국제 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3년간의 컨버전스 투자 미흡은 중소기업도 위축시켰다. 중소기업의 매출감소와 과당경쟁으로 이어지면서 경쟁력 전반을 약화시켰다. 특히 서비스사업자들의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한 가격삭감은 중소기업의 발걸음을 더욱 버겁게 만들었다. 결국 서비스사업자의 투자 소홀은 서비스사업자 자신은 물론 기기제조업체 및 중소기업의 약화를 초래, IT 한국의 앞날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행히 2005~2006년에는 늦었지만 몇 가지 투자사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ㆍKTF의 WCDMA 투자와 KTㆍSK텔레콤ㆍ하나로텔레콤의 WiBro 투자가 대표적이다. DMB사업자의 초기투자, KT의 FTTH 투자도 기대된다. 광대역통합망(BcN) 등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사업도 전개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 움직임도 기업가정신을 구현하려는 의지와 발상의 전환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의미가 없다. 정부는 서비스사업자의 투자를 독려하고 사업자는 투자를 머뭇거리는 형국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비스사업자의 투자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우선 서비스와 서비스, 기술과 기술 사이에 존재하는 중장기적 동태적 관계를 직시하고 이를 사업운영에 적용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투자된 시설, 새로운 서비스의 수익성이 확보되기 전에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출현하는 현실을 단기적 관점에서만 보면 안된다. 둘째, 투자 리스크 극복 문제를 개별 투자사업에 국한할 경우 해답을 구하기 어렵다. 컨버전스 영역의 사업들은 그자체로는 거의 단기 수익성을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미래 주주가치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익성 중시 경영, 주주가치 경영, 모두 중요한 경영 덕목이지만 근시적 수익을 위한 경영은 모든 경제주체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방만한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투자축소를 통한 현실 유지도 지양해야 한다. 산업 전반의 성장발전과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서비스사업자의 컨버전스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하지만 더 늦출 경우 시장정체에 따른 서비스사업자의 투자재원 고갈이 우려될 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의 컨버전스 선도에 따른 세계시장 상실 등 회복하기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5-04-0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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