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형오의 게임이야기] 베타테스터족

엔씨소프트, 웹젠 등 유료 서비스를 하고 있는 온라인게임 회사들이 최근 자체조사한 바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이용자의 비중이 80~90%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조사결과만 보면 `게임= 10대 청소년 문화`라는 공식은 이제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용돈도 궁한데 넘쳐나는 온라인 게임에까지 돈을 낼 필요가 있겠느냐는 10대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다. 실제로 베타테스트 기간에 북적대던 10대들은 유료화가 되기 무섭게 철새처럼 날아가 버린다. 서비스 인프라에 투자해야 하는 온라인게임 회사들은 10대들의 움직임에 매우 허탈해한다. 오죽하면 `베타테스터족` `메뚜기족`이란 말이 나왔을까. 게임회사들은 이제 아예 성인을 타깃으로 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실속이 있다고 판단하고 성인용 게임을 잇따라 기획하고 있다. 한마디로 돈되는 게이머를 겨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10대 청소년들은 한국의 게임시장에서 중요한 마케터다. 비록 주머니 사정은 여유가 없지만 시간 여유가 있는 그들은 게임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입소문을 퍼트린다. 또 베타테스트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소감과 아이디어를 게임회사에 제공한다. 게임회사의 이벤트나 게임대회가 열리면 장사진을 치는 사람들도 대부분 청소년들이다. 한 10대 게이머는 “베타테스트 기간중 키워놓은 캐릭터가 아까워 계속하고 싶지만 주머니사정이 허락하지 않는다”면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사회전체가 소비를 자극하고 세대를 막론하고 문화적 욕구도 날로 높아지고 있는 마당이니 청소년들로서는 용돈이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은 게임을 구입하거나 PC방에 출입하려면 다른 즐거움을 포기해야만 한다. 이제 게임업체들도 10대 게이머를 `메뚜기족`이라고 비야냥거리기 보다는 그들의 역할과 주머니 사정을 헤아릴 수 있는 마케팅 마인드를 가져야하지 않을까. <장선화기자 jangsh100@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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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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