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수요 산책] 인명재천, 인명과학

과학기술 본질적 가치는 소중한 생명 지키는 데 있어

국가도 이를 위한 정책 펴야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한양대 산학협력단장

2014년 4월 국민모두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세월호 침몰사고. 그리고 벌써 20년이나 지난 1995년 6월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벌건 대낮에 안타까운 502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밖에 지금껏 우리 아들딸, 부모 형제의 목숨을 앗아간 어이없는 참사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리고 재난사고는 지금도 꾸준하게 반복되고 있다. 인명재천(人命在天).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매어 있어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고 했던가.


그런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과 지성감천(至誠感天)이란 말도 있다. 이걸 합하면 사람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후 하늘의 뜻을 기다리면 하늘이 감동해 도와준다는 말이 된다.

고문헌을 분석해 보면 고조선시대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남자 45세, 여자 48세로 추정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70년대 남자는 58.6세, 여자는 65.5세이며 2010년 여자는 84세, 남자는 77.2세라 한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인간이 의료기술을 포함한 과학을 진보시키는데 노력을 하였기에 하늘이 도와준 듯하다.


현재 우리는 과학기술의 놀라운 성과의 혜택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 세계 10대 경제국가로의 성장한 배경에도 과학기술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고령화, 자원고갈, 환경문제 등 미래위기를 준비하는데 인공지능, 빅데이터, 줄기세포, 나노소재, 3D프린팅, 대체에너지, 우주기술, 융합의료, 사물인터넷 등 과학기술에 의지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렇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게 오히려 새삼스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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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과학기술이 가끔은 두려워 질 때가 있다. 로봇이 인간을 위협하며 컴퓨터시스템이 인간을 통제하는 것이 영화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데 마뜩하지 않다. 정보산업 육성책의 일환으로 게임 산업을 지원해 이득을 보는 회사가 생겼지만, 게임으로 인해 가정에서 일어나는 불화와 갈등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렇다고 과학기술 부작용이 두려워 이를 피하거나 멈춰야 할 것인가. 이 같은 정서적, 윤리적 문제의 해답은 가치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가치는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해 지니게 되는 중요성’이다. 가치는 값어치, 중요성, 진가, 쓸모 따위의 의미이며 과학기술의 가치는 과학기술이 인간을 이롭게 하는데 쓰여 질 때 나타나는 쓸모와 중요성일 것이다.

인간을 이롭게 해야 한다.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에 따르면 생리· 안전의 욕구가 충족돼야 애정, 존중, 자아실현 등 고차원적 욕구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즉 안전하게 먹고 살 수 있어야 서로를 존중하고 문화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평등 등 여러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생명권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는 모든 기본권은 생명이 존재해야 하므로 굳이 규정하지 않아도 생명은 모든 존재의 전제 개념으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은 돈벌이나 인간의 편리 추구 이전에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재난재해 상황에서도 나와 가족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고 지키는데 우선적으로 쓰여져야 한다. 그래야 과학기술의 발전이 그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은 언제 어디서 재난사고가 일어날지 몰라 항상 불안하다. 걱정만으로 살 수 없어 애써 잊으려 한다. 하지만 잊을만하면 일어난다. 그리고 실망한다.

과학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 가장 소중한 생명을 지켜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안전하게 지킬 의무가 있으며 이는 국가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과학기술이 산업경제보다 우선 국민의 생명에 우선 쓰여 질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이제는 바꾸었으면 좋겠다. 인명재천이 아니라 인명과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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