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쓸 수 없는 무기

제7보 (101~120)



대국 현장인 부산 농심호텔의 검토실에 있던 중국기원의 왕루난8단은 뤄시허가 조치훈의 대마를 잡았다고 단언했다. 가까이에 앉아 있던 조훈현9단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날의 입회인인 천풍조7단이 대국실에서 검토실로 나와 조훈현 옆에 앉으며 물었다. 흑5가 놓인 시점이었다. “지금이라도 패를 내는 수는 있잖아?” “있으면 뭘해. 쓸 수 없는 무기나 마찬가지야.” “역시 소용이 없나.” 그 패는 참고도의 흑1 이하 8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 수순은 아마추어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쉬운 것이었는데 조치훈은 끝까지 이 패를 결행하지 않았다. 팻감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치훈은 이미 초읽기에 몰린 상태였고 뤄시허는 제한시간의 절반인 31분밖에 쓰지 않고 있었다. 뤄시허쪽이 신중을 기할 법도 했지만 정반대였다. 여전히 조치훈은 1분을 꼬박 채워야 돌을 내려놓았고 뤄시허는 조치훈이 한 수를 두면 무조건 노타임으로 다음 수를 두었다. “시간공격을 하는 것이지요.” 김명완6단의 설명이었다. 자기가 생각하면 그 시간을 이용하여 상대방도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된다. 그것이 싫어서 뤄시허는 노타임으로 두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내일은 뤄시허와 이창호가 두게 되겠군요. 볼 만하겠네.” 신이 난 왕루난8단이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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