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파레토 법칙을 버려라

‘2-6-2 법칙’이라는 게 있다. 어느 생태학자가 개미를 유심히 관찰했더니 열심히 일하는 개미가 20%, 중간이 60%, 그리고 게으름을 피우는 개미가 20% 정도 되더라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20%도 ‘매우 열심히’가 20%, ‘적당히 열심히’가 60%, ‘덜 열심히’가 20%로 다시 나뉘었다. 그래서 그는 이 현상을 ‘2-6-2 법칙’이라고 명명하고 인간사에도 이 법칙이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2-6-2 법칙’이 개미의 생태를 관찰한 데서 비롯됐다면 ‘20-80 법칙’은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주장한 인간사회의 법칙이다. 내용은 ▦20%의 인구가 80%의 돈을 갖고 있다 ▦20%의 핵심인력이 80%의 일을 한다 ▦20%의 고객이 80%의 매출을 올려준다 ▦20%의 핵심 제품이 80%의 수익을 가져다준다 등이다. 80%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20%를 찾아내 집중 투자해야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과 집중’은 분명 하나의 유효한 전략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전략을 구사해서 별로 좋을 것 없는 것이 무역, 특히 수출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 1~4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15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나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 810억달러인 전체 수출의 19%에 달하는 것으로, 홍콩과 타이완을 합칠 경우 그 비중은 30%를 훌쩍 넘어선다. 특정 지역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반도체ㆍ자동차ㆍ휴대폰ㆍ컴퓨터ㆍ선박 등 주로 대기업이 생산하는 5대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갖는 위상은 가히 절대적이다. 이들 5대 품목의 비중은 지난 2002년 41%에서 2003년에는 42%로 늘었고 올 1ㆍ4분기에는 다시 44%로 증가했다. 심하게 말하면 지난해과 올해 우리 경제는 극도의 내수침체 속에 중국과 극소수 주력 품목, 그리고 대기업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의 수출구조하에서는 주력 수출품목의 경기가 하락할 경우 전체 경기가 급속히 침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론 중국경제의 연착륙 여부에 따라 우리 경제의 앞날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 중인 브라질 등 브릭스(BRICs) 지역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수출산업구조의 선진화를 통해 에너지다소비형ㆍ수입유발형ㆍ가격순응형 수출구조를 벗어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물론 지금과 같은 ‘쏠림 현상’은 특정 품목과 시장에 대해 그만큼 우위를 갖는다는 것이므로 이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투자와 기술개발을 확대하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영수 한국무역협회 전무(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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