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출장 중에도 업무결재·화상회의… '모바일 오피스' 대세로

[스마트폰 빅뱅 삶을 바꾼다] <하><br>업무 효율성 높아져 생산성 향상 고객 서비스 등 현장 대응도 가능<br>기업들 일하는 방식 크게 달라져 포스코·SKT·KT 등 잇단 도입




2013년 5월 상사의 지시에 따라 광양제철소 출장길에 나선 포스코 포항공장의 김성찬 팀장은 고속도로상에서 한 통의 다급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자신이 책임자인 한 생산라인이 정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직원의 보고였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업무지시를 내렸다. 사건 개요와 함께 현장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내도록 했다. 잠시 후 문제가 발생한 라인 사진 몇 장을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한 김 팀장은 현장 직원이 직접 스마트폰을 이용해 라인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적어 바로 전송했다. 라인은 곧 정상화됐고 김 팀장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출장지로 향했다. 이는 포스코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지능형 공장)'의 미래 모습이다. 포스코가 스마트 팩토리로 탈바꿈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4년이다. 올 2월 SK텔레콤과 손잡고 향후 4년 내 스마트폰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를 건설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스마트 팩토리가 완성되면 스마트폰을 통해 넓은 제철소에서 진행되는 여러 가지 제조공정과 사무 업무가 실시간 체크되고 물류ㆍ설비ㆍ안전ㆍ에너지절감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은 개인들의 일상생활은 물론 기업의 일하는 방식까지 바꿔놓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출장•외근 중에도 업무결재•메일확인•영상회의 등이 가능한 '모바일 오피스'가 보편화되는 추세다. 모바일 오피스가 빠르게 확산되는 까닭은 이득이 많기 때문이다. 김만형 SK텔레콤 상무는 "모바일 오피스를 만들면 업무효율성이 높아져 직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적화된 작업관리를 통한 비용절감과 현장에서의 즉각 응대에 따른 고객 서비스 및 신뢰도 향상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모바일 오피스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4월 국내 경영진 4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모바일 오피스를 '이미 도입했다'는 응답이 14.1%, '현재 도입 중'이라는 대답이 25.1%를 차지했다. 또 '3년 내 도입할 것'이라는 경영진도 32.2%로 나타났다. 강민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스마트폰 이용자 급증에 따른 모바일 빅뱅으로 라이프 스타일뿐 아니라 기업경영 환경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2조9,0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모바일 오피스 시장 규모는 올해 3조4,000억원으로 커지고 5년 뒤인 오는 2014년에는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오피스 확산의 중심에는 통신업체들이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2008년 12월 업무용 스마트폰 블랙베리를 국내에 도입,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오피스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기상청 본청에 'T옴니아2'를 공급했다. 현재 기상청은 유무선융합(FMC) 서비스를 활용해 모바일 오피스를 실현하고 있다. 올 3월에는 현대하이스코의 임원 및 팀장급에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공급해 사내 인트라넷 결재 시스템과 메일 송수신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금까지 포스코•동부CNI•LIG넥스원•대한항공•씨티은행 등 현재까지 약 500개 기업에 업무용 스마트폰을 공급, 모바일 오피스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KT도 도시철도공사와 코오롱그룹에 '쇼옴니아'를 공급하는 등 모바일 오피스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6월 초에는 대우건설과 모바일 오피스 도입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특히 도시철도공사는 6,500여대의 쇼옴니아를 통해 지하철 시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점검보수 결과 입력, 고장신고 접수, 지시 및 조회 등의 업무처리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T는 단순한 스마트폰 공급에서 벗어나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1월 모든 단말과 단말 플랫폼을 지원할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설계된 '모바일 오피스 플랫폼'을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모바일 오피스 플랫폼'은 KT가 출시하는 모든 단말에 적용할 수 있고 푸시메일 서비스도 별도의 장비 구축 없이 기업이 기존에 사용하던 메일서버를 그대로 제공할 수 있어 기업들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상훈 KT 기업고객부문 사장은 "KT의 기업 FMC는 기업의 통신비용 절감과 함께 결재ㆍ보고 등 업무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 요구 분석 최우선… 보안도 신경써야

■ 모바일 오피스 도입시 고려할점
전담인력 배치·통신사와 협력도 중요
다양한 콘텐츠 제공 조기정착 유도를
모바일 오피스는 이제 대세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으로 무턱대고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했다가는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생길 수 있다. 충분한 조사와 자기 회사 특성에 맞는 방식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모바일 오피스 도입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크게 다섯 가지다. 우선 내부 고객, 즉 직원들의 니즈(요구)를 잘 분석해야 한다. 서비스의 활용성을 높이고 서비스에 맞춰 조기에 임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업의 목소리를 각 분야별로 충실하게 듣는 동시에 어떤 업무 프로세스를 모바일화해야 현업에서 활용도를 가장 높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하는 것은 단순히 기업 내에 새로운 업무 시스템을 들여놓는 정보기술(IT) 관점의 일이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일종의 프로세스 혁신 작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오피스 시스템을 하나의IT 시스템이 도입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IT시스템은 장애 없이 잘 동작하면 되지만 실제 모바일 오피스는 기업의 생산영업 등 다방면에서의 프로세스 혁신 작업이므로 지속적인 개선과 발전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동안 IT부서에서 관리하지 않았던 모바일 단말 관리, 내부 IP관리, 성과 측정 등 운영 관련 여러 가지 부가적인 업무가 생겨난다. 이에 따라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모바일 업무 담당자를 선임해 프로세스 개선과 운영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의 관점에서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보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하면 회사의 기밀정보를 모든 임직원에게 노출시키는 경우가 발생한다. 즉 회사 관점에서 정보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지고 이에 따른 리스크가 발생한다. 만약 충성스러운 임직원이라면 업무 생산성을 올리는 수단이 되겠지만 조금이라도 불순한 의도를 가진 직원이 있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신창석 SK텔레콤 기업사업본부장은 "잠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말기 선정부터 보안성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는 필수이며 임직원에 대한 보안교육 등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모바일 기기라는 특성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분실 사고 등의 우려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원격에서 단말을 통제하기 위한 MDM (Mobile Device Management) 시스템을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 통신업체를 도우미로 잘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사업자 선정은 내부의 IT 구매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하지만 사업자 선정 후에는 철저하게 통신사와 협업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바일 오피스는 진화하는 서비스이고 장기 서비스 전략으로 운용해야 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단말기의 수명은 약 20개월 내외에 불과하다. 단말기에 대한 전략이 서고 난 후 신속한 단말기 배포를 위해서는 통신사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훌륭한 모바일 오피스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해도 현업에 일하는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또 다른 IT시스템으로 전락하고 만다.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현업 직원이 자주 사용할 수 있는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동시에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회사 근처 맛집, 주식정보와 같은 정보 서비스 및 사용자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미한 서비스를 업무정보와 함께 제공한다면 서비스 활용성 차원에서 조기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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