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건강칼럼] 이유없는 통증없다

일년 전 이맘 때의 일이다. 오전 진료를 하고 있는데 복도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렸다. 나는 그저 경보기의 오작동이려니 생각하고 진료를 계속했다. 그런데 5분도 채 안 되는 순간에 건물 천정의 공간을 통해 시커먼 연기가 차 들어오더니 순간적으로 매캐한 연기가 병원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 때서야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진료를 받던 환자ㆍ직원들과 함께 부랴부랴 연기 속을 헤치며 건물 밖으로 빠져 나왔다. 병원 건물 지하에서 시작된 불길이 건물 위쪽으로 옮겨 붙어서 일어난 화재였다. 화재경보기와 소방대원의 중요성을 새삼 절실하게 느낀 하루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통증을 경험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통증은 인간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사실 화재경보기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즉 우리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신속히 알려주고 경고함으로써 인체를 보호하기위한 초기 방어선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경보를 듣고 전문가인 의사를 찾아 몸의 이상을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고맙고 유용한 통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 마치고 나서도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는 계속 울려대는 고장 난 화재경보기와 다를 바가 없다. 살다 보면 누구나 다 아픔을 겪는다. 아무리 사소한 통증이라도 하다못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가시가 손가락에 박혀도 그 아픔을 느끼는 당사자에게는 매우 심각한 일이고 불쾌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몸에 오는 통증 중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오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하물며 통증이 오래 지속되면 아픔으로 인해 일상생활과 사회생활까지도 제약이 생기고 심하면 불면증까지 오게 된다. 급성통증이 만성통증으로 변하는 이유는 아픔을 받아들이는 감각수용체와 신경섬유가 비정상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대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에까지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결국 방치하면 난치성 통증이 되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게 되면 치료를 받아도 좋은 효과를 못 보게 되므로 즐겁게 살아도 짧은 이 세상이 점점 더 짜증나고 의미 없어진다.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통증을 줄여주고 없애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통증의학은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다. 이효근ㆍ연세신경통증클리닉원장ㆍwww.goodbyepain.co.krㆍ(02)3461-0775 <최형욱기자 choihuk@s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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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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