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 구제금융 「카운트다운」/피셔 부총재 내한…긴박한 심야협의

◎미 정부차원 지원 난색따라 불가피/구체교섭관련 「모종보따리」 있는듯/조건 까다로워 1시간 줄다리기… 고성 오가기도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재무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발표된 금융시장안정대책을 지켜본 IMF와 미국은 한국이 금융위기를 자체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즉각 IMF 구제금융을 위한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하오 홍콩에서 수행원도 없이 단신으로 몰래 방한한 스탠리 피셔 IMF 수석부총재는 곧바로 서울힐튼호텔에서 정부를 대표한 박영철 금융연구원장을 만났다. 사전에 우리 정부측과의 면담일정이 잡혀있었다는 얘기다. 피셔부총재의 방한이 우리측 요청인지, IMF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피셔 부총재의 방한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IMF 구제금융의 규모 및 조건을 둘러싼 협의가 시작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날 협의에서 박원장은 최대 6백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피셔부총재가 대규모 구제금융을 위해서는 자구계획의 강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데서도 정부가 사실상 구제금융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구체적 수순을 밟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피셔 부총재와 박원장이 21일 상오 다시 만나는 자리에서는 보다 진전된 얘기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티모시 게이드너 미 재무부 국제금융담당 차관보도 이날 상오 방한, 임창렬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과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 금융위기 타개방안을 논의했다. 임부총리와 게이드너 차관보의 면담은 당초 임부총리의 빡빡한 일정때문에 진통을 겪었으나 게이드너 차관보가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의 「특사」라는 점을 강조, 하오 늦게야 성사됐다. 임부총리는 게이드너 차관보에게 1백억달러규모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IMF 구제금융없이 미국 정부가 단독으로 지원하는 것은 힘들다고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결국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외에 별 도리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게이드너 차관보가 부총리, 한은총재 등을 공개리에 만난 것과 달리 피셔 부총재는 방한사실을 숨긴 채 정부를 대표하는 고위관계자와 단독 면담을 가졌다는 사실은 피셔 부총재가 한국 경제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온게 아니라 구체적인 교섭조건을 가지고 왔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구제금융 신청이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의미다.<이세정 기자> ◎피셔 부총재 누구인가/MIT 교수 출신 IMF 2인자 IMF 수석부총재 스탠리 피셔는 미셸 캉드쉬 총재에 이어 제2인자로 지난 94년에 임명됐다. 피셔는 1943년 잠비아에서 출생, 62∼66년에 런던 경제대학부에서 경제학 학사·석사학위를 취득했다. 69년에는 미 MIT대 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땄다. 이후 73년까지 시카고대에서 경제학과 조교수를 역임한 후, MIT로 돌아와 조교수로 재직하다 77년 경제학과 정교수로 취임했다. 피셔는 IMF 부총재취임전까지는 MIT 경제학과 학과장을 역임했으며 88∼90년에는 세계은행의 부총재로 재임했다. 그는 현재 이스라엘의 헤브루대학의 객원교수직과 스탠퍼드대의 후버연구소의 객원연구원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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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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