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전의 가치 담아낸 '오토바이 토르소'

권오상 청담동 갤러리2서 개인전

권오상의 '더 스컬프쳐'

'진정 훌륭한 조각'에 대한 물음에 많은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ㆍ로마의 조각이나 미켈란젤로, 로댕 같은 거장의 걸작을 떠올린다. 이들의 수천 년 조각 역사를 이어받은 현대조각가들은 그 정신을 계승하되 자신만의 독창적 표현법을 찾아야만 했다. 젊은 조각가 권오상(36)은 "고전적인 조각의 가치를 현대적 물건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전개해 왔다. 대표작인 '데오도란트 타입' 시리즈는 가벼운 조각을 만들고자 스티로폼에 2차원 인물사진들을 붙여 3차원 인체모양을 구현했다. 잡지에서 오려낸 보석과 시계 사진을 나열하듯 세워놓고 사진을 찍은 '더 플랫'시리즈는 "조각이냐 아니냐"는 의심도 불러왔다. 그가 이번에는 '진짜 조각'을 보여주기로 했다. "예술이라 평가되는 가치(개념)들만 모아 조각을 만들었어요. 묵직한 덩어리의 볼륨감, 조각가의 혼이 담긴 듯한 터치, 아름다운 색과 매끈한 광택, 시대를 풍미하는 디자인 등을 모아 오토바이 토르소(torso)를 만들었습니다." 청담동 갤러리2에서 전시 중인 '더 스컬프쳐(The Sculpture)' 시리즈는 이렇게 탄생했다. 팔다리 없이 인체의 아름다움 만을 표현한 토르소처럼 핸들과 바퀴없이 몸체만으로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제작 과정에서 작가는 오토바이를 실제로 보지 않은 채 사진이미지ㆍ수치(사이즈)만 확인한 채 제작에 착수했다. 고대와 중세의 조각가들이 눈으로 본 적 없는 신과 신화를 구현하려 한 것과도 다르지 않다. 작가는 "실제 모형없이 평면적 정보로 입체를 만들고, 인터넷상에 떠도는 정보를 모아 손에 잡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 시도"라고 소개했다. 이같이 개념적인 접근 방식 때문에 작품은 표현이 정교하지만 동시에 추상성을 보여준다. 알루미늄으로 뼈대를 만들고 스톤클레이(일종의 지점토)로 살을 붙여 채색한 뒤 레진으로 광택을 냈다. 단순해 보이지만 1,000시간 이상의 제작시간이 걸렸다. 오토바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것은 "인체와 동물모양에서 유래한 오토바이는 산업디자인의 걸작이라 부를 만하고 이는 위인들을 동상으로 만들어 세우듯 보존할 만하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두카티 마크헤일우드 900ss, 엠브이 아구스타브루탈레, 두카티 750ss 등 시대를 풍미한 디자인의 오토바이들을 재현했다. 미국ㆍ영국ㆍ중국 등 해외 활동이 많아 국내 개인전은 4년 만이다. 전시는 12월19일까지 계속된다. (02)3448-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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