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금리인하 압력과 딜레마 자초한 한은

한국은행에 대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다각도로 가해지고 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입이라도 맞춘 것처럼 금리인하론을 들고 나왔다. 지난달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해 김중수 한은 총재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적도 있다. 가히 전방위적 압박이다. 한은 노조는 "금리인하에 대해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 압박의 종착점까지 온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반박했다.


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딜레마에 빠진 모양이다.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2.75%로 동결하자니 정부는 물론 정치권까지 한은을 바짝 조여오는 것이 부담일 게다. 그렇다고 인하하자니 압력에 굴복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이래저래 욕도 먹고 위신도 실추되게 생겼다. 금리결정에는 절대적인 원칙이 있다. 금통위가 독립적이며 독자적인 결정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금리인하 압박은 온당치 않다. 한은과 금통위의 독립성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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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은이 작금의 곤경을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다. 0%대의 저성장이 8분기째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은은 지난해 10월 이후 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과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나아지고 우리 경제가 더 이상 악화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고작이었다. 금리를 내릴 경우 가계부채 악화 우려와 엔화와의 통화분쟁, 물가자극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설명을 들어보지 못했다.

정부가 대규모 추경을 추진하고 김 총재가 "한은도 정부의 일부"라며 정책공조를 강조해온 마당에 11일 열릴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대폭 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반대의 선택을 내리더라도 한은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를 살핀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워야 하고 시장과 국민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도록 설득하려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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