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1월 26일] 건배 구호로 한 해 마무리 하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회식도 잦아지고 건배사도 많아지고 있다. 건배는 술좌석에서 서로 잔을 들어 축하하거나 건강 또는 행운을 비는 일이다. 최근 들어 건배구호가 다양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술자리에서 주로 건배를 하게 되지만 요즘은 술자리뿐 아니라 웬만한 행사에서도 건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생활에서 행해지는 공식적인 행사는 물론이고 주부들도 동창회모임 같은 곳에서 건배제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윗사람이나 연장자가 도맡아 하던 예전과 달리 건배사도 돌아가면서 하는 일이 잦은 만큼 누구를 막론하고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센스 있는 자세이다. 평소에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간단한 건배사라도 당황하게 된다. 갑자기 지명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아찔할 수도 있다. 멋진 건배사는 제창자의 인격과 감각을 드러내므로 시간ㆍ장소ㆍ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주제가 달라져야 함은 물론이다. 건배사에서 하게 되는 한 말씀은 짧으면서도 그 자리에 어울려야 하고 건배를 제의하는 사람의 심정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멋있게 하려고 어렵게 생각하거나 억지로 말을 꾸며서 할 필요는 없다. 축하를 하는 자리라면 진심으로 축하하는 말을 하면 되고 석별의 정을 나누는 자리라면 그 아쉬움을 대화하듯이 담으면 된다. 그러면서도 재치 있고 유익하면 금상첨화다. 어떤 사람은 모두들 잔을 들고 있는데 혼자 장광설을 늘어놓기도 한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고 함께 느끼는 당연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뜨린다면 정말 눈치 없는 사람이 된다. 인터넷에 보면 별별 구호가 다 있다. 기본형은 잘 아는 바와 같이 '건배'와 '위하여'다. 그러나 이것을 모임의 성격에 따라 변형해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건배구호는 의전의 격식을 따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분위기와 행사의 성격 등에 맞춰 재치 있게 만들어서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한 가지 유념할 것이 있다. 인터넷이나 유머책 등에서 찾을 수 있는 변형구호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변형된 구호를 남발할 경우 감탄은 고사하고 썰렁하거나, 촌스럽거나, 격이 낮아 보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건배구호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면 자신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건배' 또는 '위하여'정도로 평범하게 하고 대신 건배사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좋은 것이다. 건배구호는 그 유형이 '기본형(건배, 위하여 등)', 삼행시형(나가자 : 나라와 가정과 자신을 위하여), '구호형(위기를/기회로)' 등이 있는데 건배를 하는 상황에 따라 누구라도 멋지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인터넷 등에 소개돼 있는 건배구호가 많이 있다. 그러나 필요할 때는 활용하되 그보다는 독창적이 구호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그 요령을 참고로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건배구호는 즉석에서 행사의 목적과 상황에 알맞게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석별의 자리라면 '언제나/행복해'라고 당부의 뜻을 담은 건배구호를 외칠 수도 있고 결혼식 피로연에서 친구로서 건배를 제의할 때는 '친구야/사랑해'를 채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재치요, 남과 다르게 좀 더 의미 있게 해보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있는냐 하는 점이다. 특히 당시의 시사성 있는 단어나 유행어를 활용하면 독특하고도 시의적절한 건배구호가 될 수 있다. 건배사와 구호 정도는 평소에 준비해둬 여러분만의 독특한 건배를 하는 것이 좋다. 이제 여러분의 건배사와 구호를 무엇으로 할지 궁리해보고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기에 건배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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