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판가에 한국 저자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1주일에 국내서 발간되는 신간은 평균 150여권. 그 중 국내 저자들이 쓴 책은 10여권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 저자에 의한 저작물 찾기란 하늘에서 별따기다.
국내 베스트셀러 현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서점가에서 가장 판매율이 높다는 경제서의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 드는 책 중 절반이상이 번역서다.
한국 출판연구소의 2002년 해외 번역서 출판현황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번역서 비율이 전체 발간물 중 32% 정도. 이는 지역적으로 미국 편항적 특성을 지닌 멕시코(34%)를 제외한 독일(14%)ㆍ일본(15%) 등 해외 번역서 발간이 활발한 국가들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출판연구소측은 최근 신간 중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2년 전 조사 당시보다 더 높아 OECD국가 중 최고라고 밝혔다.
토종 작가의 기근 현상은 계속되는 출판업계의 불황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해외 베스트셀러 번역이 국내 저자 발굴보다 짧은 시간에 안정된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 게다가 국내에서는 몇몇 유명 저자를 제외하고는 외국 지식을 그대로 도입하려는 노력 뿐 자신의 지식을 풀어 낼 만한 담론의 주도자가 없으며, 쉬운 글쓰기가 안돼 국내 저자 발굴을 꺼린다는 것이 출판사들의 입장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상실의 시대’는 98년 국내 처음 소개된 후 지금까지 약 600만부 이상이 판매돼 소설부문에서 드물게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번역 발간된 그의 신작 ‘해변의 카프카’(문학사상사刊)는 채 1년도 안돼 30만부 이상이 팔렸으며 저자는 국내에서 선 인세로 30만 달러 이상을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출판사는 이 책 한권으로만 54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러한 대접을 받는 작가는 ‘전무’하다는 게 출판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출판사들의 무작정 따라 하기식 번역서 발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해외 번역서 중 베스트셀러가 되면 유사 번역서가 발간되는 것이 국내 출판가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프랑스에는 3종밖에 없는 어린왕자가 국내에는 113종이나 발간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번역서가 느는 것은 해외의 지식을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국내 지식산업의 침체와 아울러 문화적인 해외 편중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부작용이 따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백원근 출판연구소 차장은 “출판업계가 지나친 상업주의를 버리고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지식정보 사회에서 출판업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저자 발굴은 물론 독자의 니즈 파악도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선화기자 indi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