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변호사가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연기ㆍ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이하 행정도시 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기로 함에 따라 행정도시 건설문제가 또 한번 위헌 여부를 가리는 심판대에 올랐다.
이번 헌법소원은 작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은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헌소와 비교해 관습헌법 위배 주장 등 유사한 측면이 많지만 행정도시 특별법에는이전대상에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 등이 빠져 있어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또 지난달 정부가 공공기관 177개를 지방으로 이전키로 한 정책 역시 위헌이라는 주장이 추가로 제기돼 헌재의 결정 여하에 따라 행정도시는 물론 공공기관 이전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행정도시 건설 위헌론 재연되나= 이번 헌법소원은 헌법소원 청구인의 주장에비춰 언뜻 보면 여러모로 지난해 위헌 결정이 난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과 유사한면이 많다.
청구인단의 면면이 비슷할 뿐더러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이 관습헌법 사항이므로 헌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나 십분 양보해 관습헌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국회 의결이 아닌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작년 헌법소원에서 똑같이제기됐던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헌법소원은 지난해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과는 달리 봐야 한다는주장도 만만찮은데 이는 정부와 국회가 헌재의 위헌 결정 취지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정도시 특별법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점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를 이전대상에서 제외한 부분인데 어찌 보면 헌재의 결정 취지 범위 내라고도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이다.
헌재는 작년 10월 수도에는 국회, 청와대, 행정부처,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크게 5개 기관이 있어야 하고, 특히 청와대와 국회가 필수적인데 이 모든 기관을 이전하려고 한 만큼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렸었다.
더욱이 헌재는 결정문에서 "행정부처는 기구가 전문적이고 방대해 반드시 한 도시에 집중소재할 필요는 없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정부조직의 분산배치는 정책적 고려가 가능하고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소재지를 수도의 특징적 요소로 보는 한 정부 각 부처의 소재지는 수도를 결정하는데 있어 별도로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볼 필요가 없다"고 판시, 일부 정부 부처의 이전 가능성을 열어두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이석연 변호사는 "헌재의 결정 취지를 놓고 이견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수도이전에 버금가는 행정부처 이전인 데다 이번 특별법이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과 법조문이 80% 이상 똑같은 상황이라면 헌재의 결정 취지를넘어섰다고 봐야한다"고 반박했다.
또 이 변호사는 헌법소원 외에 별도로 가처분 신청은 않는 대신 헌재 결정 때까지 특별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주장을 강하게 할 예정이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공공기관 이전도 위헌 심판대로= 이번 헌법소원이 작년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공공기관 177개를 지방으로 이전키로 한 정부의 계획 역시 위헌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달라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된 점.
정부는 지난달 25일 정부 소속기관 68개, 정부 출연기관 54개, 정부투자기관(재투자기관 포함) 21개, 정부 출자기관 5개, 기타 공공법인 29개 등 모두 177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균형있게 배치한다는 계획을 국회에 보고했다.
이 경우 정부기관의 본사 정원 3만2천여명을 비롯해 가족, 연관 산업 종사자 등최대 60만명 내지 90만명이 수도권에서 빠져나가 수도권의 집중도가 완화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공공기관 이전계획이 행정도시 특별법 4조에 근거한 것으로서 명백히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이므로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정도시 특별법 4조는 국가 균형발전 시책의 병행추진을 위해 "국가는 전국 각지역이 지역특성에 따라 골고루 잘 사는 국토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 수도권 발전대책, 낙후지역 개발, 지방분권 등 국가균형발전시책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과 병행하여 추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심하게 표현하면 공공기관 이전은 중국에서 마오쩌둥(毛澤東)이베이징(北京) 주민을 강제로 이주시킨 하방(下放) 정책과 똑같다.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열을 올렸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