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진정한 기업가 정신

전흥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홍보팀장

한때 미국 석유시장의 97%까지 점유한 독점기업가이자 최초의 억만장자로 기록된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막대한 부와 함께 탐욕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기록하며 미국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그러나 100년에 걸친 끊임없는 사회공헌을 통해 마침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가로 자리잡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록펠러 2세는 선대에서 부정과 독점으로 이룩한 재산보다 더 많은 재산과 시간을 사회에 환원하는 길고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게 된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바꾸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더딘 일인지를 실증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 최근 코콤포터노벨리에서 발표한 ‘기업 사회공헌과 명성지수’에 의하면 기업의 명성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 가운데 경영성과 브랜드 가치 등 ‘경영전략적 요인’이나 이미지 관리 등 ‘커뮤니케이션 요인’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 비해 비전ㆍ철학ㆍ사회공헌ㆍ리더십 등 ‘정체성 요인’은 많게는 다섯배 이상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소비자나 국민들은 기업의 매출액 규모나 이익, 광고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이 투철한 기업을 존경할 만한 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에스티로더 화장품의 유방암 예방 캠페인과 공동모금회와 벤처기업이 함께 펼치고 있는 ‘한사랑 벤처릴레이’ 같은 전략적 제휴 프로그램은 이제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자선적 기부(Donation)’에서 ‘공익과 연계된 마케팅(Cause Related Marketing)’으로 이해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공황 시절 무상으로 대량 공급했던 ‘시리얼’이 대공황 이후 미국을 대표하는 먹을거리로 자리잡게 된 것은 사회공헌사업을 통한 사회적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최근 기업 사회공헌과 관련해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임의로 사용한다거나 사회구성원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자세는 고치지 않고 기업에만 과도하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등의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세금 감면을 거부하고 거액의 유산을 자신을 키워준 사회에 되돌려주는 기업가와 깨끗하고 정당한 부(富)를 삶의 목표로 삼는 젊은이가 많은 사회는 그래서 더 건강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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