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내 주행에서 택시에 치었던 때가 아련히 떠오릅니다. 정말 겁도 없었죠.
어떻게 모터사이클을 타기 시작했냐구요.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2014년 4월쯤, 자동차 담당기자로서 드라이빙에 빠져 있던 저는 내친 김에 모터사이클도 타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앞서 회사 창립 54주년 만에 최초로 모터사이클 면허(2종 소형)를 취득한 후 멋진 야마하 모터사이클을 뽑은 J 부장(저와 함께 앞으로 두유바이크를 연재할 분입니다 ㅎㅎ)의 꼬임도 한 역할을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아직도 회사에선 제가 모터사이클 사고를 당할 경우 J 부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농담이 오갑니다.
일단 별 고민 않고 성산 자동차면허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총 10시간 교육을 거쳐 면허 시험에 붙어야 합니다. 선생님께서 “자전거 탈 줄 아느냐”고 물으시더니 일단 스쿠터를 한 대 내주십니다. 배달용으로 주로 쓰이는 시티100입니다.
“저도 다른 남자 교육생들처럼 코멧이나 미라주로 연습하고 싶지 말입니다!”
라고 외치고 싶은 걸 소심하게 참고 일단 두 시간 동안 스쿠터를 탔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모터사이클이라는 걸 처음 타 보는 순간이었죠. 그런데 예상 외로, 좁은 운전면허 학원 교육장 안이지만 바람을 가르는 느낌이 정말 신납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여자 교육생들이 주로 타는 국산 아메리칸 바이크인 미라주로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코스 연습에 들어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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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쉽지가 않습니다. 전 사실 클러치가 뭔지도 잘 모른 채 모터사이클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클러치 조작도 어려운데, 나중에 알고 보니 2종 소형 시험 코스 자체가 어렵기로 악명이 높았죠. 20년 퀵배달 경력의 고수들조차 연습하지 않으면 떨어질 정도입니다.
마음이 급해진 저는 연습을 하기 위해 대림 모터스쿨을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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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모터스쿨은 토종 모터사이클 제조사인 대림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누구나 모터사이클을 배울 수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학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강료는 내야 하지만, 교육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비싸지 않습니다. 저 같은 쌩초보부터 상급자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습니다.
저는 매뉴얼 초보 과정(수강료 25만원, 6시간)을 택했습니다. 연습 바이크인 로드윈을 타고 기어 변속부터 출발·정지, 브레이킹, 언덕 출발, 초저속 주행과 슬라럼 등 알찬 강의를 들었습니다.
하루에 6시간 바이크 교육을 몰아 받으려니 체력 소모가 상당해서, 교육이 끝날 때쯤엔 훈남 교관으로부터 “폭삭 늙어보이시네요” 라는 말을 들은 게 기억이 납니다.
되돌아보면 바이크에 더 익숙해질 때쯤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게 더 좋았겠단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교육 덕분인지 2종 소형 면허 시험엔 한 번만에 합격했습니다. 남녀를 막론하고 재수, 삼수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탓에 잠시나마 ‘합격 부심’에 젖었습니다.
면허 학원 등록도 그랬지만, 저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얼른 해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입니다. 시티100을 탄 날부터 매일같이 바이크가 눈앞에서 아른거렸습니다. 국내 최고 권위(?!)의 온라인 모터사이클 동호회인 ‘바이크 튜닝 매니아’에서 중고차를 검색해봤습니다.
이 때도 여전히 모터사이클에 대해 일자무식인 상태였지만, 곧 한 기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만 브랜드인 SYM(풀 네임은 삼양모터스라는 촌스런 이름입니다)의 울프 클래식입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침 적당한 매물이 올라왔기에 곧바로 판매자에게 연락해서 훑어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데려왔습니다. 참고로 수 개월 후에야 바이크 상태가 나쁘진 않지만 조금 비싸게 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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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의 첫 번째 관문은 첫 도로 주행일 겁니다. 자동차 면허와는 달리, 모터사이클 면허 취득 과정에는 따로 도로 주행 시험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종 소형 면허를 땄더라도 실제로 도로에서 모터사이클을 안전하게 탈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은 온전히 라이더 스스로의 몫입니다.
대부분 첫 관문을 무사히 넘기셨으리라 믿지만, 저는 택시와 부딪히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청계천을 따라 달리던 중이었는데, 손님을 내려주기 위해 갑자기 앞으로 치고 들어온 택시에 부딪힌 거죠. 다행히 저속이라 몇 군데 멍들고 까진 것 이외엔 큰 부상이 없었지만, 역시 모터사이클은 조심히 타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모터사이클을 타지 말아야겠단 생각은 1g도 들지 않았습니다. 2005년식의 낡은 모델이라 시동도 잘 꺼지고 아무래도 골골대는 할아버지 바이크였지만, 북악스카이웨이와 파주로 달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4개월 가까이 지나자 자신감이 좀 붙었습니다. 신차를 사기로 했죠. 야마하 SR400과 로얄엔필드 컨티넨탈, 가와사키 W800 등 클래식 바이크를 주로 훑어본 끝에 결국 원래 타던 울프 클래식의 2015년식을 구입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야마하나 로얄엔필드가 세 배 이상 비싸서 그랬던 건 결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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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터사이클의 세계에 뛰어든 지 1년 4개월 정도가 됐습니다. 이제 초보티를 벗기 시작…했겠죠? 앞으로 <두유 바이크>를 통해 시승기와 모터사이클 잡담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안 가본 곳도 많지만 전국의 라이더 여러분, 함께 달려봅시다. 다음 번 글에선 익숙한 듯 낯선 바이크, 혼다 ‘슈퍼커브’ 시승기와 관련 잡설로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