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일본과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의 특허출원 대국이다. 지식재산 창출에 있어서는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반면, 창출된 지식재산이 활용되지 못하는 비율이 70%를 넘는 등 연구개발 투자가 경제적 성과로 효과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 컨설팅사인 부즈앨런이 연구개발 투자규모로 세계 1,000위 안에 들어가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구개발 투자규모와 기업의 경영성과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개발이 얼마나 투자하느냐 보다 어떻게 투자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는 국가차원에서 기술혁신 전략을 추진함에 있어 지식재산의 창출 보다는 지식재산의 효율적 활용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기술이전ㆍ사업화 정책을 지속 추진해온 것도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개발 투자 확대가 궁극적으로 신기술창업 투자확대, 더 나아가 일자리창출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된 기술이 사업화되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다. 기술이 사업화 되는 과정에서 체계적인 프로세스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현실처럼, 신기술이 적시에 수요기업에 공급될 수 있는 기술거래시장이 미성숙하거나 기술과 비즈니스를 결합할 수 있는 경영인력이 부족한 것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자금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때문에 무엇보다 기술사업화 촉진정책에 있어 기술시장과 인력, 금융 등의 핵심요소가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 입체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다행히 참여정부 출범이후 추진해온 기술사업화 촉진정책이 지난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이 개발한 연구성과를 민간에 이전하기 위한 기술이전전담조직(TLO) 설립과 테크노파크 내에 광역기술이전센터(RTTC) 설치 등 전국적인 기술이전네트워크의 구축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대학과 공공연구기관 보유기술의 민간기업 이전율은 참여정부 초기 14%에서 21%까지 증가했다. 기술료수입도 170억원에서 690억원으로, 기술수출도 640만 달러에서 1,530만 달러로 대폭 늘었다. 또한 혁신형 중소기업이 개발된 기술을 사업화 하는데 있어 자금을 원활히 공급받을 수 있도록 기술성과 사업성 심사 위주의 금융공급 시스템의 기틀을 구축했다. 주요 기술평가기관 공동으로 ‘기술평가 표준모델’을 개발하고 전문인력도 확충하는 등 기술평가의 공신력을 강화했고 이를 토대로 기술평가보증 등 정책금융을 중심으로 기술금융도 확대했다. 특히 기술금융 공급규모가 참여정부 초기의 5,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3조원으로 증가했고, 공급주체도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외에 시중은행 등으로 다변화됐다.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는 그 동안 구축된 기술사업화의 추진체계를 내실화하고 참여주체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역점을 둘 방침이다. 첫째, 대학·연구소·기업 등의 연구성과가 필요한 기업에 적시에 유통·공급될 수 있는 기술시장을 하고, 둘째 민간 금융시장에서 기술혁신 친화적인 금융시스템이 정착토록 하며, 셋째 기술에 대한 전문지식과 사업적 감각을 동시에 갖춘 인재를 양성해 나갈 것이다. 호주의 국립연구기관인 사업화연구소(Australian Institute of Commercialization)의 분석에 따르면 기술의 사업화 성공률을 2배로 높이면 장기적으로 혁신형 기업의 창업은 연평균 2배, 기업매출은 9배, 수출증대는 8배, 그리고 고용창출은 연평균 8배나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도 이제는 연구개발 투자가 경제적 성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합심하여 기술사업화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