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실질금리 제로시대' 희비 교차

이자 생활자, 수입 줄어 '울상'<br>대출자는 이자부담 덜어 '미소'


한국은행의 파격적인 금리인하로 실질금리가 사실상 제로시대에 접어들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은퇴자 등 이자수입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울상인 반면 대출자는 이자부담을 덜게 되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분 은행의 1년 만기 예금금리는 최근 4%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우리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영업점장 전결금리)는 4.3%이며 신한은행은 4.50%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하더라도 은행들의 저축성 예금 평균 금리는 6.31%였던 데 비해 불과 3개월 만에 2%포인트나 내려앉은 것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실질금리는 제로 수준이다. 실질금리는 예금 금리에서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세율 15.4%)을 뺀 것으로 지난해 7월 5.9%까지 치솟았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2월 4.1%로 크게 둔화했지만 시중금리의 인하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당장 연 4.3%의 이자를 주는 예금에 가입하더라도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를 제외하면 1년 뒤 손에 쥐는 이자는 거의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최소 0.5%포인트, 최대 2.0%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실질금리는 조만간 마이너스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들도 예금금리를 속속 큰 폭으로 낮추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 초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8.4%까지 올렸다가 이달 9일 기준 6.70%로 조정했다. 예금 금리가 떨어지면서 퇴직자 등 이자생활자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은행 예금에 넣어두자니 낮은 금리가 걸리지만 주식ㆍ부동산 등에도 선뜻 투자하기가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반면 금리인하는 가계ㆍ기업 대출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0월 7.58%까지 치솟았으나 지금은 은행별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2일 기준 국민은행의 3개월 변동금리 대출은 연 4.01∼5.51%이며 신한은행 4.25∼5.55%, 우리은행 4.35∼5.65%, 하나은행 4.38∼6.08% 등이다. 국민은행에서 지난해 10월 연 7.3%에 1억원을 대출 받았다면 그동안 월 60만8,000원의 이자를 냈지만 금리하락에 따라 이번주부터는 39만2,000원만 내면 된다. 기업대출 금리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업대출 금리는 담보물ㆍ신용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하지만 시중금리가 하락한 만큼 연동해 대출금리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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