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광고, 불황속에도 꾸준히

며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최근 600대 기업을 조사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109.6으로 지난달의 91.4에서 크게 회복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광고주협회에서 300대 광고주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광고경기실사지수(ASI)가 9월에 116.5를 기록했다. 최근 4개월 연속으로 ASI가 100을 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광고경기 호전에 대한 광고주의 고무적인 기대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방송광고시장도 최근 몇달간 매출부진이 지속돼왔으나 9월에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 또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연일 주가현황판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라고 할 수 있는 종합주가지수, BSI지수, ASI지수의 호조는 우리 경제의 청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섣부른 낙관론 대신 신중론이 우세한 것 같다. 이들 몇몇 지수가 어려운 우리 경제를 호황으로 되돌려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지금 나타나는 상황은 불황과 호황의 반복이라는 경기순환구조의 자연스러운 과정 중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최근 수개월간 방송광고 영업현장에서 기업체의 매출이 어렵다며 광고중지를 요구하는 광고주들을 자주 목격하고 있다. 이러한 광고주들 중에는 일관성 있는 장기적 광고의 효과를 채 보기도 전에 광고를 중지함으로써 아까운 제작비만 날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경기가 조금만 호전되면 광고비를 부랴부랴 책정해서 방송광고를 구매하려는 경우도 있다. 물론 브랜드 관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그랬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혹여 그 내면에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추진해나가지 못하는 조급함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는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불황기라고 해서 멈출 수 없다는 것과 마케팅의 고전적인 방법 중의 하나인 `광고` 또한 불황기에 더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외환위기 때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배웠다. 그 예로 과거 외환위기 시절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기업이 광고비를 감축하는 등 마케팅 활동을 급속히 줄여 위기를 벗어나려 했었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에 진출했던 많은 외국기업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세워놓았던 마케팅 계획에 따라 꾸준히 광고를 실행함으로써 지금은 높은 시장점유율을 점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미국 도요타의 마케팅 책임자였던 조지 보스트는 “위기상황에서 광고비를 써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기업은 활동성을 잃게 되고 그 결과 나중에 더 큰 것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새는 그릇 이론(the leaky bucket theory)`의 예를 들었다. 이것은 소비자를 담고 있는 그릇은 바닥이 새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항상 빠져나가고 있으며 따라서 광고주들은 늘 소비자를 담고 있는 그릇이 차 있도록 보충(광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잠시라도 그 일을 게을리 한다면 곧 그릇은 비게 되고 그 그릇을 처음과 같이 채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는 논리이다. 한편 좋은 광고는 합리적이고 건전한 소비생활의 안내자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그 기업의 문화수준을 반영하는 거울로도 기능하고 있다. 상품광고를 통한 단기 매출의 상승도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 역할이 광고가 가지는 보이지 않는 위력이라 할 것이다. 불황기에 광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전적인 논란은 접어두고 기업의 브랜드 가치에 투자한다는 측면에서 광고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눈앞에 닥친 불황이라는 사실에만 매달려 단지 광고비만을 삭감함으로써 미래의 호황에 대비하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며 또한 우리 한국방송광고공사를 비롯한 광고업계에서도 광고주의 귀한 예산을 좀더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광고는 산업이라는 아궁이의 불을 타오르게 하는 풀무라 할 수 있다. 우리 광고업계 모두가 이 풀무작업을 게을리 할 때 산업의 불길은 사그러들 수밖에 없으며 그 불을 되살리기에는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경기선행지수가 우리에게 작은 희망을 보여주고 있는 이때 불황이라는 현상에만 매달려 너무 흥분하다가 코앞에 닥친 구름이나 햇빛을 가리고 있지는 않은지 되짚어보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경제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우리의 밝은 미래를 생각하며 한번쯤 숨을 고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순길(한국방송광고공사 전무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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