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인 美 총기난사 충격] "당신들이 내심장 파괴" 범죄 합리화

조씨, NBC에 보낸 '선언문' 내용<br>"당신들이 내손에 피묻혀" 자신의 범죄 합리화<br>성명서·영상물 준비등 사전 계획범죄 드러나<br>연쇄 편지폭탄 테러 '유나보머'사건 모방한듯


우편물로 보낸 섬뜩한 사진들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인 조승희씨가 범행 당일인 지난 16일(현지시간) NBC 방송에 보낸 우편물 속의 충격적인 사진들. NBC방송은 조씨가 보낸 43장의 사진 중 12장의 사진을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했다. /NBC 제공

[한인 美 총기난사 충격] "당신들이 내심장 파괴" 범죄 합리화 조씨, NBC에 보낸 '선언문' 내용영상메시지·사즌등 치밀한 사전 계획 드러나연쇄 편지폭탄 테러 '유나보머'사전 모방한듯 뉴욕=서정명 특파원 vicsjm@sed.co.kr 우편물로 보낸 섬뜩한 사진들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인 조승희씨가 범행 당일인 지난 16일(현지시간) NBC 방송에 보낸 우편물 속의 충격적인 사진들. NBC방송은 조씨가 보낸 43장의 사진 중 12장의 사진을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했다. /NBC 제공 “당신들이 내 심장을 파괴했고, 내 영혼을 유린했고, 내 양심을 불태웠다.” 버지니아공대 총격 참사사건의 용의자인 조승희씨가 미국 NBC방송사에 자신의 범행 동기와 목적을 밝힌 우편물을 보낸 것은 자신의 행동을 대의명분을 위한 자기희생으로 합리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장황한 글을 작성하고 동영상을 통해 범행 동기를 밝힌 것이나 5주 전에 총기를 미리 구입한 점을 감안하면 조씨의 행동이 치정에 따른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저주와 독설 가득=조씨가 NBC방송사에 보낸 우편물에는 1,800단어 분량의 범행동기를 밝힌 성명서와 비디오파일 28개로 된 10분 분량의 DVD 녹화물, 수십장의 사진이 동봉돼 있다. 미국 언론들에 의해 ‘선언문(Manifesto)’으로 명명된 성명서와 영상물을 통해 조씨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가진 자들에 대한 적개심, 현대 문명의 쾌락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보복을 표현하고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했다. “당신은 모든 것을 가졌는데도 쾌락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는 말로 가진 자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표현했으며 “지금 당신은 내 손에 피를 묻히게 했고 그 피는 영원히 씻겨지지 않을 것”이라며 범행을 다른 사람들의 탓으로 돌렸다. 특히 사진 중에는 칼을 자신의 목에 대거나 권총을 자신의 머리에 겨누는 등 보기에도 섬뜩한 장면들이 많았으며 살인청부업자처럼 권총 두정을 양손에 들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등 사회에 대한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처럼 조씨가 성명서와 영상물을 철저하게 준비한 점을 고려할 경우 조씨의 범행이 치정에 따른 개인적인 원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으로 사전에 계획된 범죄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편물 왜 보냈나=개인적인 우발사고가 아니라 대의명분을 내세워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한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돈과 쾌락을 추구하는 현대사회가 자신을 코너로 내몰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중살인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은 시대와 사회의 희생양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 동안 극히 폐쇄적이고 사회와 동떨어진 외톨이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사회생활 부적응과 사회체제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범죄 동기일 수 있지만 마치 자신이 사회를 위해 순교하는 것처럼 치장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또 자신의 팔뚝에 ‘이스마엘의 도끼(Ismael Ax)’라는 글귀를 새긴 것이나 우편물 발신자를 ‘이스마엘’로 적은 점, 자신을 종종 ‘물음표’라고 지칭하는 등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기이한 행동을 보였다는 점을 들어 조씨의 행동을 소영웅주의로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번 조씨의 범행수법은 지난 70~90년 ‘산업사회와 미래’라는 제목의 편지를 통해 대학과 공항을 대상으로 현대 기술문명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연쇄 편지폭탄 테러를 자행했던 시어더 카진스키의 ‘유나보머(Unabomber)’ 사건과 닮은 점이 많다. 조승희의 동영상 메시지 당신들은 오늘을 피할 수천억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내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 당신들이 나를 궁지로 몰아넣어 결국 내겐 단 하나의 선택밖에 남지 않게 됐다. 결정은 당신들이 한 것이다. 지금 당신은 내 손에 피를 묻히게 했고 그 피는 영원히 씻겨지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이 내 심장을 파괴했고, 내 영혼을 유린했고, 내 양심을 불태웠다. 당신들은 불쌍한 한 소년의 인생을 제거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덕분에 나는 약하고 자신을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을 일깨우기 위해 예수님처럼 죽을 수 있게 됐다. 누군가 얼굴에 침을 뱉고 목구멍에 쓰레기를 밀어넣고,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것 같은 기분이 어떤지 아는가. 양쪽 귀까지 입이 찢어지거나 산 채로 불에 태워지는 기분은 어떨 것 같은가. 모욕을 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힌 후 다른 이의 재미를 위해 죽을 때까지 피를 흘리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아는가. 당신들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졌다. 벤츠 자동차, 금목걸이, 유산, 보드카와 코냑을 가졌어도 부족했나. 방탕한 생활로도 만족을 못했는가. 이 모든 것들이 당신의 쾌락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했다. 당신은 모든 것을 가졌는데도. 이제 때가 왔다. 나는 이것을 해야만 했다. 입력시간 : 2007/04/1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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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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