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9월 4일] '짝퉁 개막식'과 '짝퉁 부품'

2008 베이징올림픽은 화려하게 끝이 났지만 개막식 때 불거진 ‘짝퉁 오명’은 시빗거리를 낳았다. 개막식 당일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불꽃놀이가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화면 조작이었음이 밝혀졌고 천사의 목소리로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린 앙증맞은 소녀의 목소리도 가짜였다. 또 ‘짝퉁’ 논란은 ‘가짜 박수’ ‘위장 소수민족 퍼레이드’ ‘가짜 피아노연주’ 등으로 끊이지 않았다. 이번 논란은 최근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중국산 짝퉁’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짝퉁 자동차부품’은 운전자의 안전은 물론 국내 자동차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외 사법기관 등을 통해 적발된 짝퉁 자동차부품은 155억원어치 정도. 유통상들이 통상적으로 보관하는 재고가 보통 3개월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적발된 업체들에서만 유통되는 연간 규모만 해도 6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실제 유통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짝퉁부품은 그 자체가 불법이라는 원죄를 안고 있지만 운전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점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중국산 짝퉁부품은 순정부품 품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로 인해 타이밍 벨트가 끊어지거나 브레이크 패드가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바퀴가 떨어져나가는 아찔한 사고가 실제로 도로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짝퉁부품은 국내 자동차산업에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최근 원산지 중국에서 ‘made in china’ 형태로 우리나라 세관을 통해 유입된 짝퉁부품이 다시 ‘made in korea’로 둔갑한 뒤 중동ㆍ동남아ㆍ아프리카 등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사례가 빈번히 적발되고 있다. 이렇게 수출된 짝퉁부품이 현지에서 큰 사고로 이어지거나 엔진 등 주요 제품의 성능을 저하시켜 잔고장을 일으키면서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는 것이다. 앞으로 소비자 안전을 위해 국내 업체가 관세청과 함께 불법 수입되는 짝퉁부품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불법으로 유통되는 짝퉁부품시장 전체를 단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짝퉁부품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 스스로의 마인드 변화와 관심이 선행돼야 한다. 무조건 저가의 부품만 선호하기보다는 안전을 지켜주는 부품의 품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완성차의 로고가 새겨진 포장지나 순정품임을 증명하는 검사필증을 다시 한번 눈여겨보고 정비내역서를 확인하는 작은 관심과 습관만으로도 짝퉁부품을 속아서 구입하는 일은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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