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초점] 환율 급락, 한국경제 위협하나

외환시장이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직후부터 하락폭이 급격히 커지며 980원대가 무너진데 이어 장중한때 975원까지 밀렸다. 환율이 장중 970원대를 나타낸 것은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97년 11월 7일(최저가 979.7원)이후 8년2개월여만에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환율하락이 달러화 약세에 따른 불가피한 추세라면서 970원선 아래로 내려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외환당국은 환율이 계속 급락세를 보일 경우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들이는 직접개입을 통한 시장안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환율 왜 떨어지나 이날 환율 급락은 지난 주말인 6일 미국 뉴욕시장에서 12월 미국의 고용지표가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와 엔.달러 환율이 114엔대로 떨어진데 따른 것이다. 이 여파로 같은 날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이 달러당 983.25원으로 마감돼 서울 외환시장의 주말 종가인 988.10원보다 크게 낮아졌다. 이런 현상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빨리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과 일본 경기 회복에 달러화 약세 요인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2004년 6월 1.0%이던 기준금리를 현재 4.25%까지 끌어올린 미국이 올해 1.4분기중 한차례 추가 인상을 끝으로 금리 상향조정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글로벌달러 약세의 주된 배경이 되고 있다. 아울러 일본 경제가 올해 2.0%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지난 7년간 지속됐던 디플레이션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달러 약세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펀더멘털(기초여건) 외에 시장의 단기수급 측면에선 일부 헤지펀드의 투기적 달러화 매도 요인이 가세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외환시장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는 투기적세력의 매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현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 금리인상 조기 중단 뿐 아니라 원화에대한 투자목적의 수요가 늘어난 것도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환율이 떨어지면 전반적으로 경제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돼 경제성장의견인차 역할을하고 있는 수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경제연구기관별로 환율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는 다소 차이가있지만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5% 하락하면 성장률을 0.3%포인트 정도 끌어내는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제 부분별로는 환율의 영향이 엇갈린다. 전체적인 성장과 수출에는 부정적이지만 고유가 충격 흡수와 물가 안정 등에는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작년에도 환율 하락세에 힘입어 고유가의 충격을 안정적으로 소화할수 있었고 고유가 충격 흡수와 수입 물가의 하락 등으로 소비자물가의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소비에는 환율 하락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원화 절상은 내수면세는 플러스, 수출면에서는 마이너스지만 현재 우리나라처럼 수출이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는시간이 흐를수록 수출에 대한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 전체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수출에는 직격탄 원.달러 환율 급락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수출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켜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환율 하락을 반영해 수출단가를 인상하고 싶어도 수출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약화 때문에 가격 인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내수 회복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 마저환율로 비틀거릴 경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12월 수출기업 1천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따르면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평균 1천57원으로 나타나 최근의 환율 수준에서는 상당수 기업이 적자수출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은 평균 1천59원, 대기업은 1천25원으로 조사돼 중소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으로 추정됐다.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수출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늘어날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삼성, 현대차, LG 등 대기업의 경우 올해 달러당 예상 환율을 달러당 950~1천원정도로 낮춰 잡고 결제 외화 다변화 등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의 경우 환율 변동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환율의 급락은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을 악화시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수출을 포기하는 곳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결국 우리의 수출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중소기업 등의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외환당국의 대응은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자 다소 당황하는 분위기다. 지난 6일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겠다는 직접개입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중장기적인 수급조절책으로 해외 부동산투자를 완전히 자유화하겠다고 선언했는데도 전혀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주말 미국시장에서 달러화 약세로 인한 예정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초조해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외환당국의 관계자는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지 며칠 되지도 않았다"면서 "좀더차분하게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 환율급락을 막는 거의 유일한 대책은 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는 것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이미 환율안정을 위한 수급조절 대책을 내놨기 때문에 추가로 발표할 정책은 없다"면서 "그러나 한국은행은 채권발행 없이 자체 자금을 사용할수있다"고 말했다. ◇ 환율 얼마나 더 떨어질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큰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급격하게 진행되는 글로벌 달러 약세 추세를 거스를 수 없는데다 금융시장 특성상 일단 한쪽 방향(달러 약세)의 기대 심리가 확산되면 단기적으로 오버슈팅(과도한 매도나 매수)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달러약세 기조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970원선 밑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노진호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위안화 추가 절상 기대, 주식투자자금 유입등의 기본적 원화 강세 요인에 올 들어서는 달러 자체가 약세로 급격히 돌아서면서원달러 하락 폭이 연초부터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개인적 판단으로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950원대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송태정 LG경제연구위원은 "환율이 단기적 조정을 거치더라도 점차 다시 회복세를 보이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적정수준에 수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반등에 나선다해도 네 자릿수로의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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