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경제난' 베트남에 가보니…

정부 증시 부양카드 만지작 "투자기회 다시 온다" 확산<br>"물가폭등 불구 IMF 구제금융 상황 아니다<br>단기회복 힘들겠지만 장기 성장성은 여전"

오토바이를 탄 베트남 하노이 시민들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하노이 증권거래소 앞을 지나고 있다.

‘단기 회복은 힘들지만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 끝 모르고 추락하는 베트남 증시를 두고 국내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지 정부 당국자는 물론 한국에서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장기적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급격한 물가 폭등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본격적인 증시 부양책이 나오면 좋은 투자 기회는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현지에서도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경제불안 곳곳에서 드러나=지난 5일 하노이 중심가에 자리잡은 고급 해산물 레스토랑 산호(San Ho). 하루에 200~240명씩 손님이 들던 가게에 3월부터 25% 정도 손님이 줄었다. 이 레스토랑의 매니저 레퀵중(33)씨는 “작은 기업의 단체회식과 가족 외식이 특히 줄었다”며 “10년 넘게 이 곳에서 일했지만 요즘처럼 단기간에 물가가 많이 오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공항 면세점은 지난 1일부터 자국 화폐인 베트남 동화를 거부하고 있다. 페그제로 묶인 정부 고시환율이 1달러에 1만6,200동인데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이 환율을 적용할 경우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토산품 가게들이 동화를 받긴 하지만 공식 환율보다 30% 가량 웃돈을 요구한다. 일국의 화폐가 자국 수도의 국제공항에서도 통하지 않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단기 회복 어려워도 성장 잠재력 있다=이처럼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단기간에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증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IMF 구제금융에 당장 들어갈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과 업계의 반응이다. 정부 당국은 일단 강력한 물가상승 억제에 돌입한 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점차 증시 부양 카드도 꺼내 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현지에서 철강 수출업을 하고 있는 쌍용의 유치훈 하노이지사장은 소장은 “베트남이 경제 문제로 당장 굶어죽는 나라는 아니다. 만기 5년 이상인 장기 투자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볼 정도로 경제 위기가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며 “더 곪기 전에 한번 터지는 게 베트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에서 만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베트남 경제에서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작았던 만큼 그간 베트남 정부가 증시 하락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며 “하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된 분위기 속에 해외 기관들의 경고 메시지가 잇따르는 만큼 정부도 이제 대책 마련에 고심하기 시작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달했다. 현지에선 당장의 주가 부양보다는 인플레이션 억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성장이 다소 위축되더라도 물가 폭등이 잡히지 않는 한 장기적인 건강한 성장은 요원하다는 생각에서다. 도안 흥 베트남 증권감독위원회(SSC) 부위원장은 “베트남 증시의 경우 역사가 짧아 현 지수만을 보고 베트남 경제를 판단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며 “정부 긴축정책이 성장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판단할 때 이 같은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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