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차 인수, 현대-LG반도체, 삼성-대우전자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에 영향을 받아 이들 업체와 거래를 하던 관련회사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인수나 빅딜에 따른 법인통합 등으로 어느쪽과 거래를 해왔느냐에 따라 「어부지리(漁夫之利)」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인수측의 거래업체는 일감을 배로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반면 피인수측의 거래업체는 덩달아 일손을 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 인수에 이어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한 반도체 등의 빅딜로 광고·금융·유통·정보기술 분야에서 「빅딜 희비 쌍곡선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영원한 뒷마당」으로 여기며 그동안 영업을 해오던 피인수업체의 계열사들은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반면 인수업체의 일부 계열사들은 앞으로 다가올 일감 증가에 대비하는가 하면 빅딜에서 제외된 일부 경쟁업체들도 「반사이익」을 다소 누리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빅딜의 여파가 점차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번져가고 있다』며 『일부 업체의 경우 존립에 위협을 느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빅딜은 오히려 기회다=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덕택에 많은 현대 계열사들이 은밀한 환호성을 올리고 있다. 이번 인수로 특수를 누릴 것으로 점쳐지는 현대 및 위성 계열사는 현대할부금융·현대해상화재보험(이상 금융), 금강기획(광고), 캐피코·㈜성우·만도기계(이상 부품), 고려화학(도료), 현대백화점(판촉물)·현대정보기술(시스템 관리) 등이다. 기아자동차가 현대로 편입됨에 따라 기아의 기존 일감이 넘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금강기획은 자동차의 회사당 광고 액수가 가장 높다는 점을 감안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최근 기아자동차 광고의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등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현대정보기술도 상당한 특수가 예상되는 업체. 우선 현대전자-LG반도체 통합으로 연 40억원의 시스템 관리 매출을, 현대정유-한화에너지 인수로 역시 20~3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기아정보시스템이 맡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시스템 관리마저 넘어오면 별도로 300억원 이상의 매출 증대 효과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빅딜, 해당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대우전자의 국내 유통을 맡고 있는 한국신용유통은 대우전자 이상의 혼란을 겪고 있다. 대우전자 관련 매출 비중이 70% 이상을 넘어서는 만큼 당장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기아자동차의 할부금융이나 보험, 광고를 맡았던 LG캐피탈(전 할부금융)과 LG화재보험, MBC애드컴, 거손 등도 울상이다. 이들 업체는 기아자동차의 현대 인수로 적잖은 기회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자동차 덕분에 상당한 매출을 올린 삼성카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우자동차가 삼성의 SM5를 지속 생산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삼성카드의 지속적인 매출 확대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자동차 부품 생산과 관련해 1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기도 앞으로 있을 삼성자동차-대우전자 빅딜의 구체적인 합의에 따라 손실 정도를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는 연 200억원의 삼성자동차 시스템 관리 매출을 대우측으로 넘기지만 비슷한 규모의 대우전자 시스템 관리를 넘겨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특별한 영향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LGEDS는 LG반도체의 시스템 관리를 현대측으로 넘겨주기 때문에 연 4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을 전망이며, 기아정보시스템은 앞으로의 존립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제점도 있다=인수나 빅딜에 따라 「어부지리(漁夫之利)」격으로 특수를 누린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빅딜 등으로 계열사의 명암이 드러나고 있지만 여기서 문제는 기술 개발 등한 정당한 수주가 아니고 공짜 점심(FREE-LUNCH)격의 불로소득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진갑·정승량·김기성·김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