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기업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제2의 개성공단 같은 것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한 것은 향후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 가능성을 짐작하게 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 의향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면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에둘러 시사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한반도 평화 문제와 경제협력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남북 정상회담 시사(?)=이 대통령은 또 러시아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북관계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방송된 러시아24-TV 특집 프로그램 '한국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유력시되는 3남 김정은에 대해 "차세대 지명자가 됐다고 해서 카운터파트너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일성에서부터 김정일 위원장, 그 다음, 3세대 세습이 되겠습니다만 그 세습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은 북한 내의 사정이기 때문에 우리는 뭐라고 언급할 수가 없고 또 잘 알지 못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만나게 될 때 (김정은이) 옆에 같이 앉으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고 말해 남북 정상회담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이 대통령은 또 "우리는 통일을, 북한이 어느 날 붕괴돼서 통일된다 이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흡수통일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북한과 평화적인 관계를 수립하고 양쪽이 평화적인 관계가 잘 수립되면 그 다음 단계에서 서로 평화적 통일을 기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야로슬라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와 에너지ㆍ자원 및 극동 시베리아 개발을 위해 공동노력을 쏟기로 합의했다.
◇야로슬라블서 '공정한 사회' 역설=이 대통령은 10일 야로슬라블에서 열리는 세계정책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경험을 소개하고 '공정한 사회'의 비전도 제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8ㆍ15경축사에서 한 단계 높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구체적 실천전략으로 밝힌 '공정한 사회'가 대한민국 선진화의 윤리적ㆍ실천적 기초임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 대통령은 경제성장과 정보ㆍ통신 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한 민주주의 발전의 비전을 제시하고 한ㆍ러 양국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확대ㆍ심화를 통해 상호번영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로슬라블포럼은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난해 창설한 정책포럼으로, 러시아는 이 포럼을 '정치적 다보스포럼'으로 발전시켜 지난 1997년부터 연례 개최 중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과 함께 국제정치ㆍ경제 분야에서 국가위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이번 포럼의 주제는 '현대국가 민주주의의 효율성'으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 압둘 칼람 전 인도 대통령, 타보 음베키 전 남아공 대통령 등 55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