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11월17일] 달동네에도 무지개는 뜬다

작가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발간 30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한 세대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소설이 100만부 이상 인쇄될 만큼 읽히고 있다는 것은 소설에서 그려진 인물과 이야기들이 아직도 우리에게 낯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도 유기체와 마찬가지로 생로병사의 변화를 겪는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도시에서는 끊임없이 창조와 파괴가 일어난다. 오래된 건물들이 철거돼 새로운 모습으로 재개발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도시환경개선사업, 뉴타운 개발 등이 추진됐음에도 여전히 우리는 ‘난쏘공’의 현실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근대도시 100여년의 짧은 역사를 갖는 대전에도 임대아파트 단지나 오래된 달동네와 같이 저소득층이 밀집한 지역이 있다. 얼마 전 이곳에서 지역별로 ‘무지개 프로젝트’ 2년을 기념하는 주민축제가 열렸다. ‘무지개 프로젝트’는 낙후된 지역에 모든 행정역량을 집중해 지역 전체의 주거수준을 향상시키는 지역 재생프로그램이다. 임대주택의 도배ㆍ화장실ㆍ싱크대 등 내부시설 개선에서부터 도서관ㆍ공부방ㆍ어학실습실 등 학교지원, 공동화장실ㆍ주차장 및 환경미화, 그리고 마을신문 발간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정역량이 투입됐다. 무지개라는 사업명은 희망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주거여건을 동시에 개선시키는 다중 행정지원시책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저소득층이 밀집된 지역을 기존의 싹쓸이 철거방식으로 개발했다면 부동산 가치는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이곳에 거주하던 소박한 주민들은 또다시 눈물을 흘리며 또 다른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야 했을 것이다. 행복은 고층빌딩과 고급스러운 아파트 단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달동네나 임대아파트라 하더라도 그곳에서 미래를 향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가족들이 있다. 도시발전이 포크레인과 불도저로 오래된 건물을 밀어버리고 현대식 빌딩을 높이 세우는 것만을 의미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달동네에도 무지개는 뜬다. 근사한 부자 동네는 아니지만 새롭게 단장된 집안과 마을을 보며 미소를 짓는 아이들의 눈망울 속에서도 우리는 무지개를 볼 수 있다. 이제는 재개발과 철거 속에 눈물 흘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전에서 시작된 무지개가 뉴타운식 개발의 대안으로 널리 확대된다면 더 이상 ‘난쏘공’의 이야기가 읽히지 않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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