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문화계 결산] 통합방송법 출범 뉴미디어시대 본격 돌입
어느 해보다도 방송계에 뉴스거리가 많았던 한 해였다. 방송과 통신이 통합되는 뉴미디어시대가 성큼 눈앞에 다가옴에 따라 방송계의 지각변동에 대비하고 업계 선두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들이 가시화된 한 해였기 때문이다.
올 한해 방송계의 가장 큰 이슈는 3월13일 공포된 통합 방송법의 실시다. 이로써 지난 5년간의 방송법을 둘러싼 논쟁이 종지부를 찍게 됐고 위성방송 허가추천, 케이블 신규채널허가 등 굵직굵직한 사안이 뒤따라 매듭지어질 수 있었다.
현재 방송위원회는 보도ㆍ교양 부문의 의무편성비율과 홈쇼핑채널 의무전송규정의 폐지 등에 관한 방송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한편 연말을 달군 뉴스로는 단연 위성방송사업자 허가추천이 돋보였다. 추천을 받은 KDB는 내년 10월 본방송 개시와 4년내 200만 가입자 확보, 6년 내 흑자전환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과 확연히 구별되는 콘텐츠 및 데이터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한 위성방송의 독점적 지위확보는 난제일 수 밖에 없어, 위성방송이 케이블TV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민영미디어렙 역시 부각된 이슈 중 하나다. 방송광고 판매권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외에 민영 방송광고 판매대행사(민영 미디어렙)를 설립하겠다는 취지로 현재 규제개혁위원회는 2개 이상의 민영 미디어렙을 허가할 것을 권고 결정한 상태다.
방송광고시장에 경쟁체제가 도입되고, 방송사의 광고영업 간접참여와 광고료 상승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법안이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중계권 파문 역시 주요 논란거리가 됐다. MBC가 메이저리그 경기의 단독중계권을 확보함으로써 빚어진 이번 사태는 KBS의 프로스포츠 경기중계(MBC배제 타 채널 전송), 경인방송의 NBA단독중계 등으로 이어져 혼란을 거듭했다. 뉴미디어시대의 핵심채널인 스포츠채널 선점을 위한 사전신경전이라는 시청자들의 비난이 높았다.
프로그램의 선정성역시 다시 한번 불거진 사항이었다. 여자연예인의 가슴부위를 노출한 채 방영한 오락 프로그램이 있었는가 하면, 백지영 비디오 유출파문ㆍ주병진 성폭행혐의 입건 등을 둘러싼 선정적 보도가 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론은 중도를 지킬 정도로 성숙해진 데 비해 방송사가 말초적 흥미를 자극하는 데 앞장섰다는 비난도 있었다. 광고요금을 시청률 및 선호도에 연계시켜 산정하도록 한 지난 3월 규정개정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다.
한편 남북정상회담과 남북방송교류, 남북 이산가족 생방송 등에 힘입어 방송 프로그램에 북한 홍수가 나타난 것도 한 현상이었다.
또 10여개 신규케이블TV의 개국, 중계유선의 SO전환, HBO의 캐치원 인수 등 케이블 관련 이슈와 방송 3사의 디지털 시험방송실시, 프로그램등급제 도입, EBS공사전환 등이 2000년 방송계의 큰 테마를 형성했던 뉴스였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