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고업계/금리경영 옛말 토털서비스 승부

◎대출대행­대출신청즉시 직원이 필요서류 대신 발급 받아줘/파출수납­개설상호부금의 납부일자에 맞춰 직접 찾아가 수납/학원금고­고객끌어안기 어학·골프·교양 등 문화강좌 다양화경기 부천시에서 잡화상을 하는 이모씨(48)는 자타가 인정하는 「금고 예찬론자」. 이씨의 소개로 금고를 찾은 사람만도 벌써 10명을 넘어섰다. 그렇다고 그가 금고의 오랜 고객인 것은 아니다. 원미구(부천) 영진금고의 문을 처음 두드린게 지난 1월말이니 이제 반년도 채 안됐다. 금고를 이용케된 동기도 우연하다. 급하게 몫돈이 필요해 은행 대출창구를 찾은지 일주일. 어찌나 심사절차가 복잡한지 한숨만 나왔다. 「밑져야 본전」. 집근처 작은 금고를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대출요청을 하자마자 필요한 등기부 등초본,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도시계획 확인원 등을 금고직원이 대신 발급받아 주겠다는게 아닌가. 수십년간 은행만 상대해온 이씨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못했던 일. 뿐만 아니었다. 이 거래를 계기로 개설한 상호부금의 부금납부일자에는 금고직원이 직접와서 수납해가는 「파출수납」까지 해주는 것이었다. 이씨의 경우는 금고업계가 지향하는 「토털 서비스」의 일례일 뿐이다.토털서비스는 이제 금융대격변 시대에 전국 2백35개 금고가 살아남기 위한 경영론의 화두로 자리잡았다. 높은 예금금리만을 내세우던 경영행태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이씨가 경험한 민원서류 발급대행 서비스는 영진금고외에 경남 충무금고, 전북 유남금고, 광주 창업금고 등 4개업체로 확대됐다. 상당수 지방 금고들도 이 서비스 시행을 계획중이다. 파출수납 역시 이제 금고업계에서는 평범한 예가 돼버렸다. 현재 파출수납 서비스를 시행중인 금고는 전국에 1백45개. 강원과 제주지역 금고들은 1백%가 이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학원 금고」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영등포의 김모씨(33).김씨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하오면 인근 신영금고를 들른다. 금고측이 인근 아파트 주부들을 대상으로 운영중인 일어회화교실을 찾기위해서다. 일어교실을 찾는 사람은 이제 초·중급반을 합쳐 1백명을 넘어섰다. 일어강좌(대전 대화, 경남 한일금고) 주부합창단(서울 사조) 주부가요교실(서울 신한 한중, 경기 한남, 경북 문경, 경남 진주) 교양강좌(서울 신대한, 전남 동방, 전북 태령) 등 어학교실이나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신용금고만도 20개사가 넘는다. 신용금고에 가서 골프친다는 얘기도 이제 낯설지 않다. 인천의 흥성금고를 비롯 전국 9개금고가 골프클럽을 운영중이거나 사옥내에 골프연습장을 갖췄다. 서울의 신영과 한중, 해동, 대전 쌍인금고 등은 아예 스윙분석기와 스크린시설을 갖춘 골프연습장을 사옥내에 설치했다. 금고의 서비스는 이제 나열하기 힘들정도로 다양해졌다. 각종 공연 및 전시회의 후원업체나 주관사가 돼 메세나운동을 펼치는 곳(38개), 어려운 이웃에대한 생활비 보조(1백27개), 볼링 등 스포츠 클럽 운영(12개), 장학회 운영(32개), 차량지원(34개) 등…. 금융 개혁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금고업계의 개혁작업은 내부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동부금고는 격변시대에 금고업계가 살아남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인재양성」을 들고, 전직원을 일본의 6개 신용금고에 일주일씩 보내 현지의 고객 서비스 기법을 배우도록 했다. 금고업계의 경쟁력 강화작업은 최근 업계 전반에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인수합병(M&A)작업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이달초 국민­한성금고간 합병을 계기로 본격화한 금고간 합병 작업은 적어도 금세기말까지는 금고업계의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일부의 전망대로 3년내 금고수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연 경쟁력 없는 소형금고들은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외부금융환경 뿐아니라 내부환경 역시 치열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는 셈이다. 4반세기 역사, 여수신 60조시대의 금고. 금융대격변 속에서 살아남느냐, 도태되느냐는 결국 내외 환경의 변화를 금고 스스로가 얼마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고객유치작전을 펼치면서 헤쳐나가느냐에 달려있다 하겠다. 종래의 폐쇄된 환경에 안주하는 금고는 더이상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게 금고업계 스스로의 진단이다.<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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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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