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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공화국' 불편한 진실

■ 아파트 한국사회/ 박인석 지음, 현암사 펴냄


최근 아파트 전세 값이 치솟아 오르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전국 모든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이르고 매년 새로 짓는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도 70%에 달하는 만큼 서민들에게 다른 대안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빗대어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웃지 못할 별칭까지 생겼다.

명지대 주거건축 교수인 저자는 "아파트 공화국은 미스터리한 신화가 아니라 지극히 주도면밀한 전략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 사회가 문제인 것은 '아파트 공화국'이라서가 아니라 '단지 공화국'이기 때문"이라며 "한국 사회가 '단지 공화국'이 된 것은 '단지화 전략'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정책 선택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단지 공화국의 주된 원인으로 '단지화 전략'과 '사교육 전략'을 지목하며, 한쪽에서는 아파트 단지 속 내 집 마련을 위해, 다른 한쪽에서는 내 자식 대학 입시를 위해 온 국민이 소득의 몇 십 퍼센트를 스스로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지난 40년간 한국의 주택 정책이 일부 토지에 '아파트 단지'라는 이름을 붙여 단지를 집중 개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사실에 주목한다. 땅이 좁기 때문에 한국 도시들은 인구 밀도가 높을 수 밖에 없으며 땅값도 덩달아 비싸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땅이 좁아서가 아니라 일부 땅을 집중적으로 고밀도로 개발했기 때문에 땅값이 올랐다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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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문제의 핵심인 단지화 전략의 성격과 그것이 초래한 문제를 강도 높게 제기한다. 큰 틀에서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살피고, 세세하게는 1960년대 토지구획정리사업법부터 1980년대 택지개발촉진법과 민간합동재개발사업까지 다룬다. 2부에서는 단지로 채워진 주택 상황이 빚어내는 집과 땅에 대한 왜곡된 인식들을 비판적으로 논의에 부친다. 크고 작은 골목길이 구불구불 이어지던 동네들을 깨끗이 지워버리고 한 두 개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도시가 정비됐다는 것. 대표적인 예로 '포이밸리'라 불리던 이전의 포이동 일대와 아파트 단지가 군림하는 개포동 일대를 꼽았다. 3부에서는 단지화 전략 위에서 시장 주택으로 성립한, 한국 아파트 평면 설계의 불편한 숨은 진실을 소개하며 4부에선 한옥과 아파트의 구조를 비교하면서 지난 40년 동안 아파트 진화와 함께 우리 가족 관계가 어떻게 변천했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그 동안 주도 면밀한 개발 전략 속에 이뤄진 '아파트 단지'라는 생활 공간이 우리의 도시와 일상을 가뒀다면 이제는 공간 구조의 변화와 해체를 통해 우리 삶을 복원해야 할 시점"이라며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한다. 2만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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