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선을 앞두고 국회가 인기에 영합해 선심성 법안을 통과시키지 말 것을 요청한 재계의 건의내용을 보면 국회 역시 규제 만들기에서는 정부에 결코 뒤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국회도 기업을 옭아매는 법률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한상의ㆍ전경련ㆍ무역협회ㆍ경총 등 경제4단체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66개 경제 관련 법안을 분석해보니 절반이 넘는 37개 법안이 반(反)기업적 법안들로 시행될 경우 기업 경영에 상당한 타격을 줄 내용들이었다. 재계의 분석이니 만큼 기업의 입장을 부각시킨 측면도 물론 없지는 않다. 그러나 법률통과 유보를 요청할 것들은 기업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조할 뿐 아니라 시장원리에도 어긋나는 것들이 태반이다. 대표적으로 30일 안에 환불을 허용하자는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을 들 수 있다. 이 법안은 소비자들이 한달간 물건을 사용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소비자들은 한달 후라도 물건을 되돌려주고 환불 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로서야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하면 그만이겠지만 기업들에는 그야말로 고통이다. 반품되면 그 제품은 재고 처리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기업의 생산비용이 올라가고 경쟁력은 떨어질 게 뻔하다. 이번 국회에 계류돼 있는 반기업 관련법은 이뿐만이 아니다. 소비자단체소송을 제기할 때 소송허가권을 법원 대신 소비자단체에서 판단하도록 하자는 것도 있고 고용의 모든 과정에서 연령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법안도 있다.
우리 경제의 활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기업투자가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투자는 왜 부진한가. 가장 큰 원인이 규제라는 것을 국회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정부의 규제만으로도 기업들은 숨이 차는데 국회까지 나서서는 곤란하다. 엊그제 방한한 존 허튼 영국 사업ㆍ기업ㆍ규제개혁부 장관은 “규제철폐가 영국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국회는 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법안을 통과시키기보다 어떻게 하면 기업 활력을 이끌어낼지에 골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