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급사 독식체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거액이 투자된 대작 한국영화 성공의 배후에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을 소유한 배급사가 있다는 지적이 영화 괴물의 상영관 독점 논란과 맞물려 재점화되고 있는 것. 최근 몇 년새 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형 영화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 영화들이 흥행성적만큼 균일한 작품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 영화들의 성공이 ‘마케팅과 배급에서의 승리’가 아니냐는 주장을 낳고 있다. 최근 국내 배급 시스템에 문제 제기를 하며 향후 자신의 영화를 국내 개봉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된 최근 김기덕 감독의 발언은 이 같은 점이 배경이기도 하다. ◇독점 배급사-극장 연계구도로 ‘영화 쏠림 현상’ 갈수록 더해져=논란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은 영화 ‘괴물’이다. 연일 흥행 기록을 깨나가고 있는 ‘괴물’은 전국에 무려 620개의 스크린을 확보하며 ‘특정영화의 독점’ 논란을 일으켰다. 작품성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을 받은 블록버스터 ‘한반도’도 총 520개 스크린을 통해 공개됐다. 실제로 우리나라 영화 배급시장의 독점체제가 공고한 것은 주지의 사실. 현 우리나라 영화계는 영화배급 빅3인 CJ엔터테인먼트, 시네마서비스, 쇼박스㈜미디어플렉스 3개사가 상반기에만 83.3%라는 점유율 수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또 다른 멀티플렉스 체인인 롯데쇼핑㈜롯데엔터테인먼트까지 가세하면 총 4개사가 90%가까운 시장점유율을 가진다. 이들은 또한 투자-배급-극장의 수익구조를 갖춰서 국내 과반수에 가까운 스크린을 점유하고 있기도 하다. 2005년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총 스크린수는 1648개. 이들 중 네개의 배급사 계열 멀티플렉스 극장이 총 789개의 스크린을 갖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 자본을 등에 업은 이들 배급사들이 타 자본이 판에 끼어 드는 것을 방해하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는 점. 실제로 지난해 영화 ‘그때 그 사람들’ ‘홀리데이’ 등은 멀티플렉스 극장측과의 갈등으로 상영에 파행을 겪기도 했다. 때문에 당시 영화계에서는 한국 영화산업에서 배급독과점이 언젠가 일부 대형 영화에 상영 스크린이 몰리는 영화상영 시장의 왜곡을 낳을 수 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기도 했다. ‘괴물’로 인한 스크린독점 논란은 일찍부터 예견돼온 셈이다. ◇대형 자본의 불공정 거래 감시할 장치 마련해야=마이너리티 쿼터, 프린트 벌수 제한, 극장주와 배급사의 수익 배분 비율 재조정 등 다양한 처방이 고려되고 있다. 특히 일정수 이상의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 상영관은 의무적으로 일정 부분의 인디영화를 상영토록 한 마이너리티 쿼터의 경우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 최근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프린트 벌수 제한은 극장에서 상영할 영화필름의 수를 제한하자는 것. 이렇게 되면 한 영화를 한꺼번에 여러관에서 동시 상영하는 것이 불가능해져서 자연스럽게 스크린 수 제한이 된다. 하지만 이들 정책들은 인디 영화의 연속된 흥행부진과 영화계내의 다양한 이해관계 등으로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적은 실정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당장 특정한 정책을 시행하기보다는 거대 배급업체가 내부자 거래를 행하거나 특정영화의 상영을 봉쇄하는 등 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