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기로에 선 금강산관광 어떻게 되나

수요 예측 빗나가 '남북화해 상징' 시련 >>관련기사 '좌초냐 재기냐.' 지난 98년 민족단합과 화해의 첫단추로 온국민의 성원과 관심을 받으며 출범한 금강산 관광사업의 현주소는 암울하기만 하다. 지난 18일 만 3주년을 맞았지만 출범초 '통일의 메신저'라는 자부심은 이미 퇴색하고 지금은 내일을 기약하기조차 위태롭다. 매월 20억~30억원의 적자로 '밑빠진 독에 물붙기'라는 힐난의 눈총을 한몸에 받고있다. 육로관광과 금강산 특구지정으로 위기를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남ㆍ북한 모두 금강산 사업을 화해ㆍ협력을 위해 정권차원을 뛰어 넘어 민족적인 사업이라는 점에 주목하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남북관계에 미친 영향은 금강산관광사업은 여전히 남북화해와 경제협력, 긴장완화의 상징으로 꼽힌다. 김대중 정부의 햇빛정책과 고(故)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의 대북 경협의지가 맞물려 성사된 이 사업은 남북관계를 화해협력으로 전환시키는 디딤돌이 됐다. 특히 서해교전(99년 6월)이 터졌을 당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닿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금강산관광사업 때문이란 분석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였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남ㆍ북간 해빙과 이질감 해소에 기여하고 있는 금강산 사업이 좌초한다면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현대의 손익 금강산사업은 현대가 대북사업의 주도권을 거머쥐는 열쇠였지만 지금은 현대 위기를 심화시킨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현대측이 금강산 관광사업을 위해 시설투자에 들어간 돈만 1억4,100만달러(해상호텔 1,100만달러 포함)에 달한다. 현대는 당초 연간 5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 3년간 전체 관광객 수가 42만명에 그쳤다. 지난 9월까지 북한측에 지불한 관광대가(3억7,900만달러)를 감안할 때 사업차원으로만 바라본다면 계획입안단계에서 시장조사에 이르는 전 부문이 철저한 실패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사업주체인 현대아산㈜은 지난 9월까지 총손실액이 무려 6,000억원(금융비용과 투자비 제외)에 달해 중공업ㆍ자동차ㆍ백화점 등 그룹 관련사들로부터 공동 출자받은 자본금 4,500억원 전액을 까먹은 상태다. 관광사업의 돈줄이었던 현대상선이 2,000억원가량의 손실을 감수한채 지난 6월 현대아산측에 모든 권리를 넘기고 철수했다. 더 이상의 부담을 떠안을 수 없다는 것. 최근 김충식 사장의 사임도 금강산사업 지원거부와 무관하지 않다. ◇ 금강산 관광사업의 현주소 말레이시아 스타크루즈사에서 임대한 금강호를 시작으로 봉래호와 풍악호, 설봉호 등 4척의 여객선을 운행하던 금강산 관광사업은 현재 설봉호만 달랑 남아 있다. 수익성을 맞추는 것은 고사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운영비를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은 현재 매달 25억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10월분 관광대가 44만8,300달러(약 5억7,000만원)도 주지 못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지난 6월8일 북한 아태평화위측과 육로관광과 금강산 관광특구 지정에 합의했으나 진전이 이뤄지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 6월 사업에서 철수한 현대상선 대신 한국관광공사가 새 파트너로 참여했지만 별무소득. 정부로부터 남북협력기금에서 900억원을 대출받기로 했으나 450억원만 지원받았을뿐 나머지는 지원 여부가 미지수다. 정부가 나서서 삼성과 현대자동차, 롯데 등에게 동참해줄 것을 권유했으나 "수익성없는 사업에 진출하면 시장불신을 초래한다"는 답만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 해법은 있나 육로관광과 금강산 특구지정이 해결책으로 거론됐지만 북한과 미국 관계에 별다른 진전이 없고 남북관계도 풀리지 않아 엉거주춤한 상태다. 현대아산은 비무장지대를 개방해야 하는 육로관광에 앞서 금강산특구 지정부터 하자고 북한측을 설득하고 있다. 현대가 구상하는 특구는 현지 근로자 채용과 해고ㆍ임금산정을 자유롭게 보장하고, 토지를 70년간 무상제공하며, 통행ㆍ통신ㆍ통상을 허용하고, 현지에서 원자재를 조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아산 고위관계자는 "남북관계가 워낙 가변적이라 특구나 육로관광 시기는 대단히 유동적"이라면서도 "특구가 지정되면 국내외 자본이 골프장ㆍ스키장ㆍ콘도ㆍ카지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육로관광과 특구지정을 선결조건으로 요구하는 우리 정부와 지원금 보장을 주장하는 북한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선 상황이다. 고광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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