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지체할수록 악화하는 연금개혁

정부는 7일 국민연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달부터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전체 가입자의 월평균 소득인 156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 연금을 전액 지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월 42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연령에 따라 연금을 덜 받던 노인들은 물론 추가로 4만5,000여명이 연금혜택을 받을 전망이어서 연금수급 기회가 대폭 확대되는 셈이다. 그동안 ‘쥐꼬리 연금’이라는 비난이 무성했던 만큼 일견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선거 의식해 개혁 미뤄서는 안돼 그러나 국회나 정부는 더 주는 연금개선안은 손쉽게 내놓고 있지만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은 3년이 가깝도록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국회 국민연금제도개선 특위가 지난달 소위원회를 구성했으나 5ㆍ31 지방선거가 눈앞에 닥친 상황이고 보면 쉽게 결론짓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ㆍ스웨덴ㆍ독일ㆍ프랑스 등 과거 연금개혁에 나섰던 선진국들이 한결같이 정권을 내놓아야 했던 만큼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 오는 2008년에는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도 개혁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금개혁은 마냥 내버려두어도 되는 사안이 아니다. 전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 성향을 드러내고 있는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수급자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연금 기득권자’인 50세 이상의 저항은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2007년 말 50세 이상의 인구는 전체 유권자의 35%에 이른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가 대표적인 연금개혁 실패 국가인 이탈리아처럼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결국 외압에 떠밀려 개혁에 나서는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더 이상 연금개혁을 늦추어서는 안된다. 특히 국민적 저항이 두렵다고 ‘폭탄 돌리기’에 지나지 않는 미봉책에 만족해서는 곤란하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2007년까지만 국민연금 보험료를 묶어두는 방안도 국민을 속이는 편법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320조원의 책임준비금이 필요했지만 적립기금이 156조원에 지나지 않아 164조원이나 됐던 국민연금 부채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 오는 2020년에는 864조원, 2030년에는 1,883조원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어떤 개혁안을 갖고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더 내고 덜 받는’ 개선안은 연금개혁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기초연금제의 도입도 엄청난 재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순히 결론짓기 어렵다. 당장 9조원 이상이 소요되는데다 2010년에는 17조원, 2030년에는 170조원의 국민혈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처럼 국고에서 적자를 메우는 것도 손쉬운 일이 아니다. 공무원연금 등 3대 특수직 연금의 적자규모만도 2010년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15년 동안 약 120조원의 국고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다. 근본대안 마련 신뢰 되찾아야 따라서 국회와 정부는 사회안전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민연금 등의 개혁을 위해 근본적으로 틀을 바꿔나갈 각오를 해야 한다. 지난 연말 시행된 퇴직연금제는 물론 기초연금제의 필요성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상호 보완적인 중층구조의 틀을 짤 필요가 있다. 최소한의 기초연금에 소득비례연금을 가미할 수도 있다. 특히 현행제도에 소득격차를 무시한 측면이 강한 만큼 보험료와 급여액에 소득비례 성격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실질적으로 퇴직금까지 포함했다지만 특수직 연금의 적자를 무조건 국고로 보전하는 편법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최선의 개혁안을 마련하는 정성과 함께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노력이다. 지역가입 대상자와 젊은이들의 이탈이 더 이상 확대되기 전에 대안과 비전을 내놓고 설득해야 한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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