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평범한 회사원까지 투기바람 거세다

직장생활 11년째인 회사원 김모(37)씨. `근검절약과 저축`이라는 전통적인 재테크 수단밖에 몰랐던 그는 최근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 고교 동창생 5명과 5,000만원씩을 추렴해 부동산 투자모임을 만들었다. 그는 “재건축 컨설팅을 하는 친구를 `행동대장`으로 내세워 행정수도 후보지 부근의 토지를 매입키로 했다”며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제로`나 마찬가지인데, 누가 저축에 매달리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중소기업 부장 김모(41)씨. 지난해 9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 주식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판단을 믿고 알뜰살뜰 저축해 마련한 여윳돈 1억5,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기다림에 지쳐 지난달 30%의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처분했지만,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해 1년만에 2억원을 벌었다는 직장 동료의 `무용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최근 동네 부동산업자에게서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남해안 일대의 섬이 투자가치가 높다는 말을 듣고는 함께 투자할 동료를 물색하느라 분주하다. 그는 “1년간 열심히 저축해도 1,000만원을 모으기가 힘든 게 현실인데, 부동산 투자로 단기간에 수천만원을 버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만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투기광풍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여윳돈을 가진 부유층은 물론, 평범한 월급 생활자들까지 투자모임을 만들어 아파트와 토지 매입에 나서는 등 전국민이 투기꾼화하고 있다. 증권사 직원 박모(38)씨는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는 부동산 투자펀드나 계모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정보업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나 경매시장도 성황이다. 부동산 경매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만 150개를 넘고, 대학이 개설한 `경매투자 강좌`마다 직장인과 아줌마들로 넘쳐 난다. 경인여대가 최근 개설한 `부동산경매 권리분석전문가 과정`의 경우 수강료가 52만원으로 만만치 않은데도 불구, 정원 60명이 금방 채워졌다. 부동산 중개업자 등 관련 전문가는 5명에 불과하고, 30여명이 가정주부다. 이 대학 강모(47) 실장은 “경매시장은 전문성이 요구돼 부동산컨설팅법인이 주로 참여했지만, 경매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여대생부터 노인까지 관심이 크게 확산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와 증시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만 몰리고 있다”며 도를 넘는 부동산 투기열기를 차단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고재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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