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용카드 약인가 독인가

최근 신용카드 빚이나 가계대출로 인한 자살이나 범죄 등이 잇따르면서 신용카드의 사회적 측면이 새삼 조명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전까지 신용카드는 과소비의 주범으로 지탄을 받아왔다. 그러나 IMF를 겪으면서 투명성과 세원확보 차원에서 신용카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가적으로 집중지원을 받았다. 신용카드업체들의 경영실적도 지난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부실대출과 씨름하면서 적자를 겨우 면할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2~3년 동안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질시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다. 몇년 새 신용카드의 위상이 이처럼 엇갈리면서 신용카드가 소비생활이나 국가경제, 금융산업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 최근 부각된 것처럼 신용카드의 사회적 책임이나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신용카드는 하드웨어적인 면 즉, 상품이나 금융제도적 관점에서 보면 현대인의 경제생활 필수품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이 IMF를 겪으면서 금융산업 특히 은행산업의 핵심역량이나 주요사업 부분은 소매금융이라고 합창하고 있었는데 그 소매금융이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사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업금융의 운영방식과 달리 소매금융은 수백만의 가계 및 소비자 여신을 자동적으로 처리하고 이자나 원금을 회수하는 운영 메커니즘이 신용카드라는 방식을 통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가 없다. 따라서 미국이나 서유럽의 경우 은행영업 부분의 소매금융 부분은 곧 신용카드 사업으로 통합돼 있다. 앞으로 신용카드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소비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으로 정부는 경기가 부진하면 소비를 부추기는 부양책을 쓰기 마련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이러한 처방에 많이 의존하고 있으며 지난해 9ㆍ11사태 이후 미국 경기가 회복하게 된 것도 바로 소비지출의 증가 덕이었다. 소비지출의 인덱스가 바로 신용카드 지출로 요약돼므로 소비를 과도하게 조장할 수 있다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고 점차 증대될 수밖에 없다. 금융산업의 수지면에서도 신용카드는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높여준다. 신용카드의 회전대출이나 현금서비스의 이율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다 높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90년대 신용카드 고금리에 대한 국회청문회가 몇년에 걸쳐서 이뤄졌다. 결론은 고금리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소비자 금융의 요체는 금융상품의 이용 가능성(availability)이 이자율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비생활이나 사회 경제적인 측면에 미치는 신용카드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신용카드가 편리하고 다양한 부가가치를 제공하며 사회적인 신분이나 증명서의 역할을 하는 것은 이제는 상식이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면들이 소비지출을 조장하고 특히 저소득자나 무소득자의 과소비까지 부추길 수 있다. 특히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신용카드 범죄는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사회문제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고 사회적인 문제를 없애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부실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신용카드의 대출상품을 채무자의 상환능력에 맞는 현금 흐름위주의 상품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또한 회전 대출제도를 활성화해 대출 자산의 건전화를 이룰 뿐 아니라 소비자 상환관습을 바꿀 필요도 있다. 이와 함께 신용카드 자체의 보안장치나 보호장치를 개선해 범죄의 대상이 되지않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현금서비스 한도조정이나 별도의 계정설정을 통해 현금 서비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일이다. 소비자의 신용등급이나 상환기록에 따라 현금서비스 한도설정을 재조정하거나 현금서비스를 대출상품으로 전환해 일단 인출된 현금 서비스는 36개월 분할상환을 기본으로 하되 조기상환이 가능하도록 상품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신용카드 보다는 직불이나 전자화폐 등 소액결제 수단을 활성화시켜 거래의 단위를 실용적인 범위로 축소시키고 직불수단의 보편화를 이뤄 범죄악용의 소지를 제거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직불카드나 전자화폐는 보통예금 계좌에 연계시켜 필요한 금액만큼을 이체해 쓰는 제도이므로 신용카드처럼 빚을 얻어 쓰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것 만큼 쓸 수 있으므로 과소비나 범죄의 대상이 되기가 힘들다. 여하간 현재 진행되는 신용카드에 대한 흑백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용카드의 소프트웨어적인 면, 즉 운영의 방법을 개선해 신용카드나 전자화폐의 이점은 계속 살리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 무분별한 카드발급이나 한도관리를 재정비하고 범죄의 이용이나 대상이 되지 않게 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김근배 (몬덱스코리아 대표이사)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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