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하루만에 번복 미로빠진 시장

성장·물가지표 일관성 없어 FRB 진단·처방도 오락가락<br>금융시장 자의적 해석 난무…같은 내용도 호재·악재 갈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0일(현지시간) 하원 증언에서 전일 상원 증언과 달리 ‘매파 기조’의 발언을 해 시장을 헷갈리게 했다. 또 이날 공개된 6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는 FOMC 위원 12명 가운데 11명이 향후 금리정책을 불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상황이 불투명하고 이에 따른 진단과 처방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은 연방금리의 방향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크게 출렁거리고 있으며 미국의 금리정책이 뚜렷한 방향을 잡을 때까지 불안한 흐름을 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엇갈리는 경제지표=고용과 성장ㆍ물가 등 경제지표가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어 금융시장은 물론 FRB 위원들의 경기진단 능력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비자신뢰지수는 4월 109.8, 5월 104.7, 6월 105.7 등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신규주택 판매도 5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경기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내구재 소비부진 등으로 개인 소비지출은 4월 0.7%에서 5월 0.4%로 크게 둔화됐고 제조업 생산도 이 기간 동안 0.7%에서 -0.1%로 곤두박질치는 등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조짐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또 버냉키 FRB 의장이 경제성장 둔화가 인플레이션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월까지 4개월 연속 0.3%씩 올라 95년 9월 이후 최장기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FRB 진단도 방향성 잃어=버냉키 의장 취임 이후 FRB 내부에서도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매파와 비둘기파간 상반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매파들은 고유가와 달러약세 등으로 물가상승이 가중될 수 있고 현재의 금리수준은 여전히 시장친화적인 만큼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한다. 반면 비둘기파들은 ‘물가보다는 성장’이라며 지나친 금리인상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이쯤에서 금리인상 행진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버냉키 의장이 19일 상원 증언에서는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20일 하원에서는 매파 기조로 돌아서며 애매모호하게 표현한 것도 FRB 위원들의 갈라진 의견을 똑같이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시장 일각에서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멘트보다 더욱 모호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시장에서는 자의적 해석=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고유가 지속과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미국 금리인상 효과, 주택경기 둔화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경제지표도 방향성을 상실하고 있으며 금융시장은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기 진단이 명확하지 않으니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내용을 호재로도, 악재로도 해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단 금융시장에서는 오는 8월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연방기금 금리 선물 가격은 8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59%로 반영했는데 이는 전날 버냉키 의장의 증언 이전 확률 91%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고유가 여파로 물가지수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성장탄력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날 경우 FRB가 8월에도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관련기사



서정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