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우리나라 군사 문화의 아픈 흔적인 교련 과목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1997년 개정된 제7차 교육과정이 사회 환경의 변화와 각계각층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초ㆍ중등 교과를 전반적으로 개편하면서 교련 과목의 이름도 바꾸기로 했다.
교련은 지난 1968년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려 했던 ‘김신조 사건’이 발생한 이후 남녀 고교의 필수과목으로 채택됐다. 당시 위기감을 느낀 박정희 정권이 청소년들에게 확고한 국가관과 투철한 안보의식을 확립해준다는 명분으로 학교에서 군사교육을 실시했던 것.
이 후 모든 고교생들은 교련 수업이 있는 날이면 얼룩무늬 교련복을 입고 총검술과 제식훈련을 배워야 했다. 운동장에는 기합과 구령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군복 차림의 교련 교사들이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근엄한 표정을 지은 채 두발ㆍ복장이 불량한 학생들을 체벌하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1980년대 말 냉전체제의 붕괴와 민주화 바람 속에서 교련수업은 군사훈련의 모습을 벗어나 인성교육ㆍ심신수련 등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7차 교육과정에서는 교련 과목이 필수에서 선택으로 변경돼 교육청과 학교의 재량으로 교과목 포함 여부를 결정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교련을 가르치는 학교는 점차 줄었고, 지난해 전국 국공립 및 사립 고교 가운데 교련과목을 유지한 학교는 고작 4.2%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다음달 말까지 교련 과목에 대한 개명작업을 끝내고 2012학년도부터 새롭게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 ‘안전과 보건’, ‘생활 안전’, ‘안전 생활,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38년 만에 군사 문화의 흔적을 완전히 털어내는 교련 과목. 과연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해 어떤 이름으로 다시 태어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