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與 의원들의 한건주의와 아마추어리즘

“리니지라구요? 전 그런 게임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이하 현거래) 법제화를 추진하는 정성호 열린우리당 의원이 털어놨다. “사실 전 게임을 별로 즐기는 편이 아닙니다. 보좌관 회의에서 나온 얘기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일을 크게 벌이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만약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가 법제화된다면 게임은 더 이상 문화산업이 아니라 도박산업화할 가능성이 크다. 청소년을 비롯한 게이머들은 돈을 벌 목적으로 게임을 하게 될 테고 업체들도 현거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게임을 개발하는 데 몰두할 것이다. 어렵사리 발전하고 있는 게임산업에 정치권이 초를 치는 셈이다. 가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이 같은 ‘생뚱맞은’ 법안을 시도할 때가 있다. 지난 5월 장경수 의원은 모든 차량 운전자들의 흡연을 금지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장 의원은 “운전 중 흡연으로 인한 사고 통계를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초 통계도 없으면서 어떻게 운전할 때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법’을 만들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법안은 “진행 상황을 더 봐야겠다”는 이유로 상정이 유보됐다. 10월에는 정장선 의원이 비행기 안에서 술을 팔지 못하게 하는 기내 금주법을 내놓았다. 아쉽게도 정장선 의원이 공개한 자료로는 탑승 전 음주 여부 등을 구별할 수 없어 기내 음주와 기내 사고의 연관성을 명확히 입증할 수 없었다. 이 법안 역시 반대여론 속에 건교위에 계류 중이다. 사실 ‘게임 아이템 현거래 법제화’는 매우 ‘섹시한’ 주제다. 특히 요즘같이 한국 게임산업이 약진하고 사실상 ‘암거래’가 성행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법안은 표와 직결된다. ‘운전 중 금연법’이나 ‘기내 금주법’도 유권자들의 뇌리 속에 강렬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게임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료도 불충분하면서 강제력을 가진 법안으로 연결하려는 것은 국민에게는 스트레스다. 더구나 열린우리당이 내세우는 당 정체성은 문화를 살리고 규제를 혁파하는 개혁정당이 아니었던가. 눈에는 잘 띄는데 근거는 ‘어설픈’ 법안을 ‘한건 주의’라고 한다. 열린우리당이 ‘아마추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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