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평택 대추리 갈등' 相生의 지혜를

[로터리] '평택 대추리 갈등' 相生의 지혜를 김재현 한국토지공사 사장 삶의 터전은 모듬살이의 바탕이요, 정체성의 근원이다. 누구나 살던 곳을 떠나는 일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국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 추진되는 곳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상실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서다. 주한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경기 평택시 대추리 주민과 국방부간 대립을 바라보면서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처럼 안타까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착잡한 생각까지 든다. 토지공사로서도 신도시 건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등 각종 국가정책사업 수행과정에서 주민들과의 마찰을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미군기지 이전사업은 전국에 흩어진 5,000만여평의 미군기지를 되돌려 받고 대신 350만평을 미군에 새롭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서울 용산기지 등 반환 받는 땅은 공원이나 산업ㆍ주거용지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런 만큼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다. 평택 미군기지 주변 상인들도 기지확장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새롭게 미군기지를 조성하면서 삶의 터전을 잃는 주민들의 반대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군기지 확장 이전에 민원을 극심하게 제기하고 있는 대추리 주민들은 과거에도 이미 수차례 강제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던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일제 강점기인 지난 42년 일본군이 안정리와 송화리 일대에 비행장을 건설할 때 대추리로 쫓겨왔다. 전쟁 중이던 52년에는 미군이 캠프 험프리 기지를 만들면서 또다시 인근 마을로 거주지를 옮겨야 했다. 이들은 이런 우여곡절 속에서도 간척지였던 농지에서 소금기를 빼내는 작업을 30여년 동안 지속해 맛 좋다는 평택쌀을 생산하고 있다. 생각해보건대 평택 대추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부와 주민간의 대립해소를 위해서는 먼저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두 주장을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 생활 터전을 떠날 수 없다는 것과 미군 재배치가 한반도 평화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성격이 전혀 다른 주장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와 국제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토론회나 국회에서 논쟁할 주제이지 논두렁에서 할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주민들의 이주 문제와 분리해서 어느 정도 소통공간을 틔울 필요가 있다. 국회비준도 다 끝난 마당에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것도 첨예한 대립에서 돌파구를 찾는 방법이다. 주민이주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동양의 고전인 주역(周易)이 참고서다. 여기에는 편안하다는 뜻의 ‘태(泰)’자를 설명하는 ‘지천태괘(地天泰卦)’라는 말이 나온다. 편안할 ‘태’자는 높은 하늘이 아래 오고 낮은 땅이 위로 가는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겨보면 정부가 주민들의 뜻을 들어 헤아리고 주민들은 정부의 뜻에 조응(照應)해야 편안한 사회가 된다고 해석된다. 수천 년 전 글이지만 상생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정책사업 시행과정에서 주민과의 감동적인 협의를 이끌어낸 사례들이 많다. 서로 자주 만나 처지를 이해하면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 안타까운 마음에 이런저런 생각을 내어본다. 입력시간 : 2006/04/2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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