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홍콩은 중국의 민주화 시험대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3월3일자>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둥젠화 홍콩 행정장관이 사임하기로 했다면 중국은 홍콩인들이 자신들의 지도자를 직접 선출할 수 없는 데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중국은 홍콩의 직선제 요구를 자발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국제 사회로부터 환호를 받게 될 것이다. 최근 세계 각지에서 정치적 자유에 대한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도 홍콩인들에게 인기가 없는 둥 장관을 물러나게 함으로써 대중의 목소리에 순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알려진 것처럼 도널드 창 홍콩 정무사장이 후임자로 지명된다면 이는 중국이 최소한 홍콩인들의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 사장은 능력 있는 관료로 홍콩과 서방국가에서 인기가 높다. 반면 둥 장관은 선박재벌 출신으로 중국이 언제든 통제할 수 있는 인물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홍콩 여론에 귀를 막고 있다. 이는 그가 홍콩인들이 아닌 중국 정부에 의해 선출된 사람이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둥 장관은 재임기간 내내 계속된 위기에 시달렸다. 사스 초기에 그가 보여준 무능함은 지지도를 떨어뜨렸다. 최악의 상황은 그가 홍콩판 국가보안법인 ‘규정23’의 입법을 추진하면서 벌어졌다. 그는 홍콩보다는 중국의 대변인으로 행동했다. 또 ‘규정23’에 저항한 시위 규모가 3만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그의 보고와 달리 시위 규모는 50만명에 이르렀다. 이는 중국 지도부의 신임조차 잃게 했다. 만약 홍콩 지도자가 홍콩인들에 의해 선출됐다면 이런 문제들은 상당히 완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중국 정부가 보여주는 ‘밀실정치’식 모습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중국은 홍콩에 오는 2007년 신임 장관도 직선제로 뽑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제 둥 장관의 조기 사임으로 2007년 지도부 교체는 물 건너가게 됐다. 대신 6개월 후 중국 정부가 지정한 위원회가 후임을 뽑을 것이고 이는 새로운 행정장관의 5년 임기가 2010년 끝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 홍콩에 6개월 뒤나 또는 2010년에 직선제를 허용한다고 공표한다면 홍콩으로부터 큰 지지를 받을 것이다. 중국은 홍콩을 중국의 정치적 진화의 시험대로 삼을 수 있다. 대만에도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또 홍콩에서의 추가적인 혼란을 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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