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명예회장님은) 다들 호랑이 회장님이라고 무서워했지만 다정다감한 시아버님이셨습니다. 며느리 청이라면 다 들어주실 것 같아 저는 선영을 찾아 뵐 때마다 참으로 큰 도움을 청하곤 합니다.”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 중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왕 회장의 정신적 지원에 힘입어 현대그룹을 키워나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 회장은 23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상선 사옥에서 열린 창업 31주년 기념식에서 “이틀 전 선영을 찾아 명예회장님께서 남겨주신 우리 현대그룹을 잘 발전시켜나갈 힘을 달라고, 명예회장님 필생의 사업이었던 남북경협사업을 반드시 성공시킬 지혜를 달라고 마음 깊이 기원하고 왔습니다”고 말했다. 올 들어 현대그룹은 대북 제재 완화 분위기 덕분에 몇 년째 꼬여온 대북사업이 풀릴 기미를 보이면서 모처럼 밝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 2일 현대상선 주주총회에서 현대중공업ㆍKCC 등에 이어 현대백화점마저 정관변경안을 공개적으로 반대, 또다시 가족 분쟁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 회장이 정 전 명예회장의 6주기를 맞아 가족간의 갈등과 분란 없이 현대그룹을 키워가고 싶다는 의지와 희망을 밝힌 셈이다. 현 회장은 또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지난해 8조원가량이었던 그룹 매출을 오는 2010년 2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포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