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흔들리는 한국의 캐시카우] (1부-4) 도요타냐, GM이냐

'노조의 선택'이 기업 미래 갈랐다<br>도요타, 노사 뭉쳐 불황등 이겨내며 50년 흑자<br>GM, 노조 요구 앞세워 잇단 파업 쇠락의 길로<br>현대차 '高賃·저생산성' 심화…상생문화 절실




[흔들리는 한국의 캐시카우] (1부-4) 도요타냐, GM이냐 '노조의 선택'이 기업 미래 갈랐다도요타, 노사 뭉쳐 불황등 이겨내며 50년 흑자GM, 노조 요구 앞세워 잇단 파업 쇠락의 길로현대차 '高賃·저생산성' 심화…상생문화 절실 관련기사 • (1부-3) 진검승부, 품질에 달렸다 • (1부-2) 글로벌에 승부건다 • (1부-1) 기로에 선 '한국 車' • 현대차 노조지부장에 이상욱씨 당선 • 현대차 노조 새 지부장 선출 '봄바람' 불까 지난 90년대까지도 시장 전문가들은 세계 자동차시장이 ‘빅5’에 의해 재편되고 나머지 기업들은 모두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연히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생존 가능성 0순위 기업들로 꼽혔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현재 시장 전문가들의 커다란 예측은 얼추 맞아떨어졌지만 생존 가능기업 우선순위는 완전히 틀렸다. 당시 생존 자체를 의심받았던 일본 도요타가 지금 와선 생존 0순위로 꼽힐 정도로 막강한 경쟁력을 구축해놓고 있다. 반면 GM과 포드는 이빨과 발톱이 모두 빠진 ‘늙은 공룡’처럼 생존만을 위해 숨을 죽인 채 주변 환경의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으로 전락했다. 무엇이 불과 10여년 만에 이들의 위상을 뒤집어놓았을까. ◇‘노조의 선택’이 결과를 뒤집었다=여러 요소들이 작동한 결과겠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노조의 선택’이 시장 적응력의 차이를 가져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도요타는 50년 이후 단 한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경영성과를 올리고 있다. 두 차례의 석유 파동과 세 차례의 엔고 위기, 10여년에 걸친 장기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일궈낸 결실인 만큼 더욱 값진 성과다. 급기야 2001년에는 일본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엔을 돌파하고 2003년에는 순이익도 1조엔을 넘어섰다. 전세계 판매량(2005년 기준)도 95년 대비 92.2%나 증가해 연평균 6.8%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한결 같은 품질, 완벽한 차를 향한 노력 등은 도요타가 자랑하는 경쟁력. 이 배경에는 노와 사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내부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자세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노조의 파업은 이미 옛 추억에 불과하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하고도 5년 만에 1,500엔의 임금인상을 발표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고작 1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쟁력 구축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다. 눈을 돌려 미국 자동차 산업을 둘러보면 정반대의 상황이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디트로이트의 전미 자동차노조는 지난해만도 7만여명에 달하는 실직자를 배출했다. 더욱이 자신의 안마당인 미국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공장폐쇄와 인원감축이라는 극약처방을 서두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간단없이 진행된 파업.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회사를 압박하는 수순이 차값을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작동했고 회사의 생존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지금 기로에 섰다”며 “회사와의 잦은 마찰과 이로 인해 얻은 높은 보상 체계를 따라갈 경우 GM의 전철을 밟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경고한다. ◇‘현대차의 미래’ 지금부터 결정된다=“현대차 경영진은 노사분규 없는 사업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경영진으로서 현재 노조의 문제를 풀어갈 만한 답을 갖지 못하고 있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노조에 대한 해법을 다그치는 주주들에게 이처럼 털어놓았다. 해외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는 ‘일본차를 쫓아가려다 미국의 GM을 닮아간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현대차가 노조에 끌려다니면서 얻은 것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높은 인건비와 낮은 생산성이다. 실제 현대차의 생산성을 감안한 시간당 임금은 이미 도요타를 앞질렀다. 미국의 한 자동차 연구 조사기관은 ‘노동생산성을 감안한 인건비 비교’라는 보고서에서 현대차의 인건비를 100으로 가정할 때 일본의 도요타는 76에 불과하고 혼다는 88, 노동조합을 보유한 미국회사는 138, 비노조의 기업은 85, 중국과 유럽은 각각 8과 11에 그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2007년에는 산별노조 출범으로 노사협상이 더욱 어려워지고 파업기간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현대차 그룹이 공격적으로 해외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오는 2009년 1월1일부터는 현재 임금이 보전된 채 작업시간이 20% 단축될 것으로 보여 노동생산성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87년 노조 설립 이후 94년 한해만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벌여 누적 피해액만도 10조원에 달한다”며 “한국 자동차 산업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상생의 노사문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도요타의 도약과 GM 몰락의 경계선에 홀로 선 현대차가 귀담아야 할 지적이다. ● '1등 도요타' 비결은 점심시간 쪼개 결함해결 회의 잔업 피하며 생산목표도 채워 지난해 4월 일본 나고야에 위치한 도요타자동차의 기우차체(상용차 생산담당) 공장. 국내 한 대기업의 김모 상무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생산시스템(TPS)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오전10시30분부터 시작된 공장 라인 투어에서 김 상무는 희귀한 광경을 목격했다. 시끄러운 굉음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던 공장이 난데없는 '삐'하는 소리와 함께 일순간 적막에 휩싸였다. 바로 이때 작업복 차림의 근로자들이 갑자기 생산라인 중간에 위치한 휴게공간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반면 10여명의 직원들은 생산라인 한 부분에 몰려들어 점검과 함께 진지한 회의를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채 10여분도 지나지 않아 곧바로 점심시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공장 안에 흘러나왔다. 이 방송이 나간 후 휴게공간으로 빠져나간 근로자들은 라인 바로 옆에 배치된 각자의 사물함에서 도시락을 꺼내 그 자리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김 상무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오전11시에 불과한데도 벌써부터 도시락을 꺼내 점심을 해결하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도요타의 생산라인은 일부분에 결함이 발생하게 되면 이를 해소하는 데 일정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고 판단될 경우 그날의 생산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노조 간부와 즉석에서 회의를 진행한다"며 "이 자리에서 점심시간 전환이나 잔업 여부 등을 결정하고 즉시 실행에 옮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오전11시에 발생한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점심시간으로 활용하는 대신 생산목표를 채우기 위해 잔업을 피할 수 있도록 노와 사가 협의하는 것이다. 문제 발생 지역에 몰려든 사람들은 공장 관리자와 엔지니어, 생산 근로자, 노조 간부들이었던 것이다. 이는 도요타가 지난해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로 도약한 비결이다. 하지만 현대ㆍ기아차그룹의 모습은 이와 상반된다. 지난 87년 이후 지난해까지 파업한 날만도 351일에 달하고 피해액은 10조8,512억원에 이른다. 기아차 역시 144일에 4조7,932억원에 달한다. 현대차는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파업과 이에 따른 후유증, 지역 주민들의 항의,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등 파업에 따른 후유증을 진화하는 데도 버거워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사들은 초소형 경차와 최첨단 장치 등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는 상황에서 현대차 노사관계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대차 노사관계에 새로운 상생의 기운이 움트기 시작했다. 최근 현대차 전주공장 노사가 주야간 10시간 2교대 근무안에 전격 합의하면서 노사 상생의 싹을 틔웠다. 현대차는 이번 합의로 상용차 부문의 수출시장 개척을 위한 발판을 마련,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사간의 첫발을 내디뎠다. 2월에 출범한 노사전문위원회에도 기대가 모아진다. 노와 사가 각각 5명씩 추천해 선임한 외부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노사전문위는 현대차 노사간의 대화와 타협을 위한 창구 역할을 해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한 노조원은 "현대차는 민노총의 가장 핵심적인 사업장인 만큼 국내 노조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이제는 노조 운동의 핵심에서 벗어나 회사 경영의 핵심 근로자로 변모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14일로 예정된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 선거에서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 노조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 기대된다. 특별취재팀=정상범차장(팀장)·이규진·김현수·김상용기자 ssang@sed.co.kr 입력시간 : 2007/03/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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