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정부에 바란다] 주제발표

정희수 본사 논설위원ㆍ서울경제연구소 소장(經博) 지금 한국경제는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선진국 도약을 위한 과감한 변신이 필요하다. 외환위기 이후 5년은 권위주의 청산 등 구습 마감을 실험해 본 시기에 불과했다. 앞으로 5년은 개혁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선진국 진입을 위한 탄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다. 글로벌화, 디지털화, 중국의 부상 등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날로 급변하고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기업의 미래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우선 21세기 국가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경제ㆍ사회 인프라를 개선하고, 노사화합, 재벌시스템개혁, 규제완화 등을 추진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수요자중심의 정책개발로 경제주체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여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재벌개혁은 국내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제고 측면에서 추진돼야 한다. 대기업 성장과 재벌개혁 사이에 상충영역이 있는 지에 대한 평가와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재벌 스스로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고 보다 유연한 조직으로 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런 재벌의 변화가 좀 더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면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개선이 요구된다. 현행 순자산의 25%초과 출자제한은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문제다. 기본골격은 유지하되 경쟁력강화와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동종ㆍ관련산업출자와 외자유치를 위한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출자 등의 예외인정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업환경개선차원에서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다. 보다 근본적인 규제완화를 위해서 정부조직의 축소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공공부문개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공무원수를 5년에 걸쳐 50%로 감축하는 등 보다 과감한 조치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고도성장시기에 만들어진 노동법을 디지털시대에 부합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노사정 합의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일랜드는 근로자 임금을 억제하는 대신 정부가 개인소득세를 대폭 낮춰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식의 사회계약체제를 추진해 외자유치와 생산성향상에 성공했다. 이처럼 노사정 사회계약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정책은 인력ㆍ자금ㆍ기술 등 3대취약부문을 해결하기 위해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미래핵심기술역량을 높여 고부가가치화를 도모하고 자연스럽게 자금난과 인력난이 해소되도록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조세정책에서는 법인세인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홍콩ㆍ싱가포르ㆍ타이완의 법인세는 평균 22%인데 우리나라는 27%에 달한다. 산업정책에선 IT산업육성이 여전히 중요하다. IT와 전통 주력산업과의 접목이 필요하다. 금융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의 민영화 추진과 지배구조 개선이 요구된다. 경제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할 부분이 아직 많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점차 정책의 패러다임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경쟁력강화라는 정책개념도 자칫 정부주도형 정책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국가경쟁력은 다름 아닌 기업경쟁력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제고하도록 기업환경을 개선해 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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