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0년 상하이(上海) 세계 박람회가 끝나면 우리 경제가 중국에 예속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르면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이후부터 경제적인 속박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중국에 오래 근무했거나 중국을 잘 아는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말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고,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는다면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우선 중국이 덩샤우핑(鄧小平)의 지휘 아래 개혁ㆍ개방을 시작한 지난 79년 이후 중국과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자. 우리가 87년 6.29선언을 기점으로 민주화 열정에 빠져 때 이른 삼페인을 터뜨리며 향락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중국은 절치부심하며 경제 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 중국은 지금 우리와의 경제적 격차를 크게 줄였고 `세계의 공장`으로 급속히 부상하며 부족할 것이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는 안일한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북아 중심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운 우리가 지금도 뚜렷한 대안을 세우지 못하고 정쟁(政爭)을 계속하고 있는 동안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세계박람회 유치를 한 상하이의 변화를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상하이는 박람회 유치가 결정된 바로 그 다음날부터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가 동아시아의 허브로 서해안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 대안(對岸)의 상하이가 이렇게 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두렵고 속이 편하지 않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후유증이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서비스 업종에만 주로 피해를 줬던 이번 사스 사태로 올해 중국 경제가 받을 타격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우리가 중국의 실체를 모른 채 쓸데없는 우월감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보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당장이라도 `5년 후에 무엇을 먹고 살 것 인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고진갑기자(베이징 특파원) 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