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각한 조기유학 폐해

지난해 해외 유학과 어학연수 비용 등으로 송금된 돈이 2조원을 넘어섰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해외 유학ㆍ연수 송금은 2002년 14억1,000만달러였으나 지난해에는 32%나 급증한 14억1,000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교육부 예산의 10%에 달하는 규모이며 비공식 송금까지 감안하면 30억~40억달러에 이르러 지난해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외화 155억달러의 25%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치열한 국제경쟁 시대에서 학생들이 해외로 나가 선진 문물을 배우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급격하게 증가하는 유학ㆍ연수 송금이 해가 갈수록 과열되는 조기유학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초ㆍ중ㆍ고교생의 조기유학은 지난 98년 1,562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2만 명을 넘어서는 등 기하급수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교육 부문의 경쟁력 약화가 불필요한 외화 낭비를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조기유학은 자녀 뒷바라지를 위해 부모가 동행하는 경우가 많아 비용이 몇 배나 더 들고 `기러기 아빠`와 같은 부자연스런 가족관계를 양산시키고 있다. 학부모들이 분별없이 조기유학에 매달리는 것은 사교육비의 부담증대가 큰 원인이 되고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질 높은 교육혜택을 받으면서도 비용은 국내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면 부모들의 교육열을 탓할 수는 없다. 아직 성패를 진단할 수 없지만 정부는 지난 17일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내놓았다. 위성교육방송의 수능전문 강의와 방과후 수준별 보충수업이 핵심인 2.17 교육대책은 사교육의 실체를 인정하고 그 수요를 학교와 TV 안으로 끌어들이는 대안이 중요 내용이다. 또한 2008년부터는 수능을 단순한 자격고사로 전환하고 내신 중심의 입시제도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TV나 인터넷 과외는 아무래도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게 그 동안의 경험이다. 또 특정과목의 경우 한 학년에서 만점이 절반이나 나오도록 부풀려진 내신을 대학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도 내신 위주의 입시제도가 갖는 모순이다. 따라서 내신 중심의 입시제도로 돌아가려면 전국의 중ㆍ고등학교에 동일한 시험과 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가정부나 대리운전을 해가며 사교육비를 벌어야 하는 한국의 교육현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조기유학의 증가 추세도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교육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의 정상화 밖에 달리 길이 없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다양한 맞춤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통해 공교육의 정상화도 이뤄야 할 것이다. <이학인기자 lee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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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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