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한중일 전어 삼국지


가을철 한국인들의 전어 사랑은 유별나다. 집 나간 며느리가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지 않는가.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는 '임원경제십육지'에 '가을 전어 머리엔 참깨가 서말'이라고 썼다. 정말 가을 전어는 맛날까.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기름기가 많고 달콤하다'고 평했다. 전어(錢魚)라는 이름도 돈을 따지지 않고 사먹는 생선이라는 뜻에서 붙었다고 한다.


△떼지어 다니는 생선 무리는 곧 돈이다. 역사상 최초의 자본주의 국가로 손꼽히는 15~17세기 네덜란드의 번영도 청어떼 포획으로부터 비롯됐다. 암스테르담의 번영은 청어의 뼈로 이뤄졌다는 말도 있다. 청어목 청어과 생선인 전어를 잡는 데도 돈이 들어간다. 비싸고 수요가 많은 생선이기에 선주들은 고출력을 내는 엔진을 비롯한 최신식 어군탐지기 구입에 막대한 돈을 들인다. 중국 어선들도 첨단장비를 갖추고 우리 영해를 넘본다. 전(錢)을 벌려고 전의 힘으로 장비를 사들여 전어를 낚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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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문화와 한자를 공유하지만 중국, 일본의 전어 표기는 우리와 다르다. 물고기(漁)와 제사(祭)를 합성한 한자를 쓴다. 중국은 제사상에 올리지도 즐겨먹지도 않는 반면 일본은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제사상에 올리면서도 구이는 꺼린다. 사람 타는 냄새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어여쁜 딸을 첩으로 바치라고 요구하는 영주에게 맞선 촌로가 전어를 굽고는 딸이 죽어 화장하고 있다고 둘러댔다는 얘기도 있다. 민간의 속설 탓인지 일본은 한국보다는 가을 전어를 덜 즐기는 편이다.

△전어가 되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남해안의 적조 밑에서 대기하던 전어떼가 올라와 전국각지의 항구가 들뜨고 있단다. 올해는 살도 통통하게 오르고 어획량도 많다니 전어축제라도 가볼 요량이다. 문제는 그래도 부족한 수요. 일본인 어부들이 방사능에 오염됐을지도 모를 자국의 바다에서 퍼올린 전어와 중국배가 우리 근해에서 몰래 잡은 전어가 수량은 적지만 국산에 섞여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바다에 국경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마는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가을 바다 밑에서 돈(쩐)을 둘러싼 한중일 전어 삼국지가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쩐쩐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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